The Whale
이 영화는 <레슬러>, <블랙 스완>을 감독한 대런 애러노프스키가 사무엘 D. 헌터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포스터를 보면 비만인 사람이 주위의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세상과 화해하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비만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심화하는 장치일 뿐, 비만에 대한 연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주인공(브레든 프레이저)은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그는 평범한 체격으로 한 때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습니다. 제자 중에 동성의 학생과 사랑에 빠지고 가족과 헤어집니다. 죄책감을 대가로 얻은 행복도 잠시, 종교 문제로 고민하던 애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자 홀로 남게 된 그는 폭식을 거듭하다 고도 비만이 되었습니다.
합병증으로 살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날, 그는 7년 만에 딸(세이디 싱크)에게 연락을 합니다. 아이가 아빠를 그리워하고 아내는 남편을 원망하며 살아온 설정이라면 주인공의 회개로 상처는 봉합되고 영화는 진부함에 빠졌을 텐데 다들 잘 살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개인이 된 만큼 화해는 쉽지 않고 스토리는 생동감을 얻습니다. 주인공은 딸과 소통하기 위해 작문 숙제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러면서 소설 <모비 딕>의 도입부가 여러 번 인용되는데 처음엔 생뚱맞아 보이는 문장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의 상황과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합니다.
그렇게 제출한 에세이의 성적은 F. 낙제입니다. 어이없는 점수에 평생 도움이 안 된다며 딸의 분노는 폭발하고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정교하게 고조된 극의 긴장은 대단원을 향해 나아갑니다. 마지막 엔딩은 카메라가 주인공을 따라 집 밖으로 나온 유일한 장면이고 뚱뚱하건 아니건, 모비 딕을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카타르시스를 불러오는 명장면입니다. 영화 <미이라> 시리즈를 통해 액션 배우로 알려진 브레든 프레이저는 이 영화로 2023년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