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감독은 이종필입니다. 영화 <아저씨>에서 촐싹대는 형사 역할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작품도 가볍냐면 입봉작인 <전국노래자랑>을 제외하고 <도리화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탈주>에서 갇힌 사회를 벗어나려는 개인을 그렸습니다. 원작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외모지상주의에 날카로운 냉소를 보낸다면 감독은 설정을 빌려오면서 두 남녀의 감정선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못생긴 여자 배우를 찾아다니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자괴감에 빠졌을 때, '사랑할 자신이 없는 마음', '지레 안될 거라고 포기하는 눈빛'을 연기할 수 있다며 나선 사람은 고아성입니다.
경록(문상민)과 미정(고아성)은 백화점에서 일합니다. 경록은 주차 알바 요원이고 미정은 정직원이긴 하나 여러 부서를 전전하다 지금은 지하 창고에 있습니다. 그는 생긴 것은 멀쩡하나 미래가 없고 그녀는 둘 다 없습니다. 상처 입은 영혼들이 마음을 열어가는 디테일은 압권입니다. 불안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입니다. 남은 상영시간 동안 일어날 일은 불행밖에 없고 관객의 예감은 틀리지 않습니다. 경록이 대학생이 되고 사회에 적응할수록, 미정은 뒤처지는 기분과 매달리는 자신을 목도합니다.
한쪽은 생활이 있고 다른 한쪽은 사랑밖에 없을 때 일어나는 일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봤습니다. 연인이 아프기라도 해서 자신의 존재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기 전에 미정은 헤어짐을 택합니다. 그 먹먹함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비하지는 못하지만 영화의 장점은 다른 곳에서 빛납니다. 조금씩 밝아지는 미정의 얼굴입니다. 상처를 직시하거나 극복하는 서사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와 함께 보낸 순간순간이 그녀를 변화시킵니다. 환하게 웃는 그녀의 미소가 우리를 위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