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을 만나 본 적이 있는가. 도둑의 엄마는? 서울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카드 유용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있으니 확인하라는 문자가 왔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용인이 서울의 카드로 아이스크림을 사고는 무인점포 키오스크에 두고 온 것이다. 평소에도 말썽을 부리던 아이들이 뒤이어 쓰는 것을 보고 가게 주인이 신고를 했다. 그렇게 쓰인 금액이 삼천 원. 분실 신고를 하면서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한 아이의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젊은 목소리였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기에 송금해 주면 된다고 했다. 입금과 함께 죄송하고 고맙다는 문자가 왔다. 무엇이 고맙다는 걸까? 초등학생이어서 처벌의 대상이 안될뿐더러 고작 삼천 원이다. 자식 교육을 어떻게 했냐는 잔소리 없이 무심하게 말해줘 그렇다는 걸까. 젊은 엄마가 휩싸여 있을 감정을 상상하다 군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서울은 상병이 되자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그보다 더 느린 시간을 사는 말년 고참과 통신 벙커 앞에서 노닥거리다 완전 범죄를 모의했다. 행정반 금고를 훔치는 것이다. 부대 운영비 십여 만원이 들어 있을 것이다. 이천만 납세자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돈이 사라진다고 해서 누구 살림이 어려워지지 않는다. 어떻게 빼낼지, 어떻게 CCTV를 피할지, 어떻게 분실로 보이지 않을지(행정병이 곤란해진다)를 고민하다 보니 한두 달이 금방 지났다.
은행 강도는 피해자가 모호하다. 정교한 금융 시스템 덕분이다.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에는 은행 강도를 하는 두 명의 형제가 나온다.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서 대출을 받았고 집이 압류되었다. 이제는 낡고 빈집이 되어버려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마당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 은행에서 훔친 돈으로 은행 빚을 갚는 얘기는 그 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하나 더 떠올랐다. 조지 클루니가 출연한 <디센던트>다. 아내가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어 경황이 없는 와중에 막내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라는 것이다. 피해 학생들의 집을 돌며 사과를 하는 사이사이 딸과 대화를 나눈다. 화도 내고 어처구니 없어 하면서도 서로를 알아가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러고 보니 용인이 효녀다. 누구를 때리지도 무엇을 훔치지도 않았다. 젊은 엄마가 너무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라고 많은 것이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