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술

by 애프릭

어제보다 나은 나를 위해 애쓰다 나이가 들어버린 사람은 무엇을 꿈꿀 수 있을까? 골프를 친다면 타수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인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책 한 권을 더 읽으려 하겠지만 서울은 아무것도 없었다. 철학 교수 최진석은 읽는 것은 쓰기 위함이고, 듣는 것은 말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즉,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그림을 시작하기는 그렇고 발레는 더 힘들 것 같다. 그렇게 무료하게 보내다가 유튜브에서 봉술을 봤다.


베트남 처녀였고 배경이 시골 농촌이다. 봉술을 하는 뒤로 닭들이 모이를 쪼고 돼지가 누워 있다. 분할 동작을 보여줄 때는 배경 음악이 느리게 흐르다가 동작이 연결되고 속도가 붙어 화려해지면 음악의 비트 역시 빨라졌다. 그런 쇼츠가 수백 개다. 쿠팡에서 봉 가격을 알아보니 3,500원, 쌍봉술을 해도 7,000원이면 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야 알 수 없지만 3년 정도면 얼추 웬만한 경지에 오를 것 같다. 즉 2025년을 기점으로 봉술을 할 줄 아는 서울과 그렇지 않은 서울로 나뉘는 것이다.



광주에게 말하니 시큰둥하다. 용인 역시 마찬가지다. 쓰일 곳을 묻기도 하는데 럭셔리는 쓸모없이 비싸야 럭셔리고 먹고사는 일에 관련이 적은 행위일수록 고상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다. 고전 평론가 고미숙은 <임꺽정-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에서 스펙과 상관없이 한 분야의 달인이 되는 것에 대한 유쾌함을 말했다 - 임꺽정의 부하 박유복은 도적이 되기 위해 표창 연습을 한 것이 아니라 달리 할 일이 없어 표창만 던지다가 표창의 명수가 되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서울은 자신이 그 유명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이 된 듯싶었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한계를 뛰어넘던 그 새 말이다. 야옹이에게 말하니 자기는 봉의 리듬에 맞춰 껑충껑충 뛰겠다고 한다. 삼백이는 봉 위에 올라 유연함을 뽐내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누군가 굳이 쓸 곳을 묻는다면 담양 메타스퀘어 길을 걸으며 대나무 봉을 돌리겠다고 말해야겠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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