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이 서울을 인도로 이끌었다. 당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인도-파키스탄 전쟁에 대한 전문가 분석을 봤고, 인도 타타 그룹이 부를 축적하게 된 과정과 존경받는 이유를 들었다. 간디와 독립 당시의 이야기, 방글라데시와의 관계, 국어가 정해지지 못한 이유 등 근대사를 훑고는 부처님이 출가할 당시의 사회상까지 배웠다. 그리고 몇 백 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더니 책 한 권을 소개했다. <바가바드 기타>다.
‘위대한 노래’라는 뜻의 이 책은 크리슈나 신이 전쟁을 앞두고 있는 아르주나를 격려하는 내용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나가서 싸우라고 독려한다. 옛날 옛날 먼 옛날에 앞을 보지 못하는 왕자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왕위는 동생에게 계승되었고 다음 세대에서 갈등이 일어났다. 장남의 후손은 왕위가 자신에게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차남의 후손은 현재 왕의 자손인 자기가 이어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사촌들 간의 골이 깊어져 전쟁이 이르렀다. 아르주나는 차남의 가문에 속한다.
보통 누구에게 정당성이 있는가를 따지거나 전쟁을 피하는 지혜를 밝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다르다. 인간인 아르주나가 굳이 전쟁을 해야 하냐고 묻고, 크리슈나 신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가친척을 죽인 후에 부귀영화를 얻어 뭐 하냐고 묻고, 그래도 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렇게 18번을 묻고 18번을 설득하는 과정이 책의 내용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나쁜 책이 있다니! 서울은 오랜만에 책을 주문했다. 제목 그대로 시로 쓰여 있어 성경의 <시편>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
세상에서 가장 긴 서사시 <마하바라타>의 일부인 이 노래는 종교사로 보면 제사를 중시하는 베다 전통에서 개인의 깨달음을 중시하는 사문 전통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온 베다 전통의 반동이라고 한다. 속세를 떠나 개인의 깨달음을 중시하는 것이 사문 전통(불교, 자이나교)이고, 현실에서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것이 베다 전통(힌두교)이다. 일상의 이전투구를 멀리하고 소양에 힘쓰는 것이 사문에 속하고, 주어진 갈등을 피하지 않고 주도권을 가지려 힘쓰는 것이 베다에 가깝다.
서울은 자신의 독단적인 회사 생활에 이론적 근거를 찾게 되어 기뻤다. 몇 가지만 바꾸면 된다. 경쟁하는 상대에게 적의를 품지 말고, 이겼다고 기뻐하지 않으며,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 카르마 요가에 이르게 된다. 분노하지 않는 자만이 신과 하나가 된다고 하니 해봐야겠다. 크리슈나 신을 만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