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by 애프릭

용인의 방은 Wi Fi 각축장이다. 위층과 아래층의 구조는 알 수 없으나 여러 신호가 잡히고 정작 용인의 Wi Fi는 튕겨 나가 인터넷을 보기 어려웠다. 또한 누군가 노래하는 소리, 피아노 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용인 역시 기타를 쳤다. 밤 10시, 11시는 기본이고 잠이 안 온다고 새벽 1시에 치는 경우도 있어 서울은 노심초사했다. 그러다 기어코 사단이 났다. 소음 때문에 살기 힘들다며 공동 주택의 예의를 부탁하는, 정중하지만 분명한 경고의 쪽지가 엘리베이터에 붙은 것이다.


용인은 억울하다고 했다. 밤 10시를 넘어 기타를 친 것은 몇 번 안되고, 그것도 조용하게, 정말 조심히 쳐서 집 밖으로 새어 나갈리 없다는 것이다. 서울은 가뜩이나 광주가 여기저기 놓아둔 고양이 사료 때문에 길고양이가 모이고, 까치가 모이고, 까마귀까지 몰려들어 눈총을 받고 있는데, 소음까지 일으키는 민폐 세대가 됐다며 당장 기타 치는 것을 멈추고 진심어린 사과문을 올리라고 했다. 아래는 용인이 울면서 적은 사과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기타를 좋아하는 고등학생입니다. 중2때 기타를 처음 접하고 너무 마음에 들어 쭉 연습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예술학교로 진로를 정했을텐데 이제와서 후회해야 소용없지만 내려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어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고 수학도 못해요. 그나마 내세울 것이 기타밖에 없습니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진솔하지만 너무 많은 개인 정보가 담겨 있어 서울은 게시하는 것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길에 보니 경고문 밑에 쪽지가 달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12년간 중소기업을 다니다 우울증으로 잠시 쉬고있는 30대 여성입니다. 그동안 꾸준히 치료를 받았고 이제는 많이 좋아져 다시 직장을 찾고 있습니다. 이력서를 쓰는 틈틈이 마음을 다잡으려고 피아노를 쳤는데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자중하겠습니다."


000호 올림.


다음 날엔 또 다른 쪽지가 붙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60대 남성입니다. 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졸업하고는 전기 쪽 일을 해왔습니다. 이번에 죽전동 시니어 합창단에 들어가면서 연습을 한다고 하는 것이 불편을 끼쳐드렸습니다. 수험생 자녀가 있다고 하셨는데 집에 있는 시간을 알려 주시면 꼭 그 시간을 피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XXX호 올림.


다른 사람들이 답을 달았으니 용인의 글은 올리지 않기로 했다. 며칠이 지나고 소음에 대한 경고문이 사라졌다. 커뮤니티 센터도 없는 낡은 아파트에서 서울은 커뮤니케이션의 진정한 힘을 목격했다.




*** 김기태의 <일렉트릭 픽션>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왔습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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