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은 서울의 아이폰을 물려받고 있다. 서울은 회사로부터 핸드폰 비용을 지원받는다. 그래서 2년마다 핸드폰을 바꿀 수 있다. 친구가 없으니 사진을 보낼 곳이 없고, 사진을 보낼 곳이 없으니 찍을 일도 없어, 저장 공간이 넉넉했다. 용인에게 가서는 사정이 달랐다. 가장 적은 용량의 모델이 충분하지 않았다. 저장 공간이 큰 핸드폰으로 바꿔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다 쓰고 말았다. 저장 공간이 차면 모든 기능이 느려진다. 랙이 걸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러다 연락처가 사라졌다. 통화 내역에서 저장된 이름이 없어지고 전화번호만 남은 것이다. 용인은 울고불고했고 광주는 저장한 사진을 지우라고만 했다. 그날 밤 용인은 자기가 아는 모든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더하여 아직 알지 못하는 신에게도 기도를 했다. 하느님과 부처님은 반응이 없었는데 아프락삭스가 용인에게 현신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용인은 저장 공간을 늘려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했다. 아프락삭스는 3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3기가(GB)를 주겠다고 했다. 단 인터넷 검색이나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안되며 오로지 혼자 힘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3가지 질문과 용인이 답을 한 내용이다.
계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암탉은 난소에서 난자가 하루에 하나 만들어 집니다. 난자는 수정 여부와 상관없이 난관을 지나면서 흰자, 껍질막, 껍질이 순서대로 형성됩니다. 한 번 알을 낳고 나면 30분에서 한 시간 후에 다음 난자의 성숙이 시작됩니다.
계란과 여성의 생리는 어떤 점에서 같고 또 다른가 ?
난자가 주기적으로 만들어지고 배출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닭은 하루 주기로, 여성은 약 28일 주기로 생식 활동을 합니다. 여성의 난자는 현미경으로 봐야 할 만큼 작으나 닭은 거대합니다(계란의 노른자가 난자). 수정이 안되면 닭은 무정란을 낳고 여성은 자궁 내막과 난자를 월경으로 배출합니다.
새는 어떻게 알을 깨고 나오는가 ?
병아리는 알을 깨기 위해 특수한 이빨인 난각치를 사용합니다. 또한 머리와 날개를 이용해 껍질을 밖으로 밀어내며 조금씩 깨트립니다. 이는 수 시간에서 하루 정도 걸리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필요한 힘과 움직임을 배우기 때문에 외부에서 도와주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아프락삭스는 혹시 독서를 하냐고 물었다. 교과서에 지문으로 나오는 것 외에 읽지 않았다고 용인이 말했다. 사춘기를 통과하는 힘을 알려주려 했던 아프락삭스는 못내 아쉬웠지만 주어진 과제를 모두 해냈기에 약속한 3기가(GB)를 주고는 크게 홰를 치며 하늘로 날아 올랐다. 세상 어딘가에는 그를 기다리는 싱클레어가 여럿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