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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이비누 Oct 20. 2024

딸에게는 공포영화였던 '사랑의 하츄핑'

지금 나를 괴롭히는 괴물은 무엇인가요?

요즘 6살 딸아이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무서워하며 부모를 꼭 껴안고 잡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꿈에 괴물이 나올까 두려워서입니다. 아무리 "괴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라고 설명해도, 아이는 마음속 공포를 지우지 못합니다. 결국 부모의 품 안에서야 겨우 잠드는 딸아이를 보면, 마치 우리의 불안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습니다.

우습게도 그 괴물의 시작은 '사랑의 하츄핑' 영화였습니다.


아이가 괴물을 두려워하듯, 우리 어른들도 종종 상상 속 문제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회사에서의 작은 실수, 내일의 미지수, 혹은 일어나지 않을 미래까지 걱정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지죠. “만약에...”라는 생각은 끝도 없이 이어져 우리의 일상을 잠식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런 걱정들 중 대부분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불안을 만들어낸다고 말했고, 융은 꿈속의 상징들이 우리에게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아이가 꿈속 괴물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는 눈앞에 괴물이 없어도 무서워하고, 우리는 실재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걱정합니다. 현실에는 없는 괴물과 마주하며 반응하는 셈입니다.



빅터 프랭클은 "고통은 피할 수 없을지라도,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상의 괴물과 같은 걱정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대신, 그것을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딸아이에게 괴물이 없다고 안심시키듯, 우리도 스스로에게 "지금 걱정할 필요가 있는가?"를 묻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걱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평정을 찾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딸아이가 언젠가 괴물 없는 밤을 맞이하듯, 우리도 걱정의 괴물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에 집중하고 지나친 걱정을 내려놓는 연습을 이어가야 합니다. 결국, 진정한 평온은 지금 이 순간에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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