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안 아파?”

그때는 부디 아픔이 없기를

by 팔레놉시스

“이제 안 아파?”

이 말 한마디가 가슴에 남아서, 이 밤에 잠들지 못하고 몇 줄을 적는다.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남겨진 가족들을 걱정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 그건 아버지가 오래도록 품고 있는 소원과 같았다.

멀리 떠난 아내를 어루만지는 그의 울먹임이 저릿했다. 봄이 되면 아프다는 나의 아버지가 내내 겹쳐진 것이다. 시간을 먹고 쑥쑥 자라는 아이들과 시간 밖에서 한없이 불어나는 그리움. 고요한 밤을 짓누르는 무게를 견디며, 아버지는 힘겨워했다. 불 꺼진 방 안에서 잠들지 못했던 그가 얼마나 고독했을지 가늠할 수 없지만, 그가 누구에게 가닿지 않는 말을 건네고 있었는지는 알고 있다.

가끔 아버지는 학교 다닐 때 꽤나 인기가 있었다고 너스레를 놓곤 한다. 그랬던 당신이 동네 친구의 동생, 그러니까 나의 엄마를 몇 년 동안이나 쫓아다닌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때, 지하철 노선을 훑어보면 그가 말한 역사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네 엄마의 일터가 어디 역 근처였고, 네 엄마와 함께 했던 친구의 자취방이 어디였는지까지 세세히 읊어내리며 그는 추억 속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의 말은 끊길 수 없었고, 멈추지 않았다.

그날 이후 열세 번째 봄이 오고, 아버지는 엄마의 봉분에 커피를 부으며 속삭였다. 아이들 크는 모습을 혼자만 봐서 미안하다고, 그러니 이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편안히 쉬라고 말하는 아버지가 처음으로 평온해 보여서, 그의 어깨를 조용히 쓸어내렸다.

살아가며 단 하나의 글을 쓸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않고 그들의 시간을 되짚을 것이다. 언젠가는 텅 빈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미등을 켜고 찬찬히 펜을 밀어 순박한 남녀가 새겨놓은 이야기를 꺼내보리라. 그때는 부디 아픔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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