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정 원하는 건 무엇이었던가.
새벽 6시. 알람시계가 나를 깨운다. 알람소리가 나를 깨우는 건지, 어제 마신 술기운이 나의 달콤한 잠을 설치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는 빠르게 이메일을 확인하고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 거래처 사람들과의 미팅 일정을 확인하고 창을 닫으려는 순간 스팸 메일을 의심케 하는 메일 한 통이 도착한다.
수신자: 대한민국 노동자
발신자: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신
제목: Seize the day
내용: 내일 부로 당신은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 아니라 당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오. 여러분 각자는 마음속에 있었던 자신의 꿈을 생각해 보시오. 이 창을 닫고 내일이면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의심쩍은 미소를 지으며 정의사회구현에 일조한다고 외치며 사법고시를 준비했던 이십대 중반의 내 모습을 상상한다. 검사 김OO. 기분 좋은 상상도 잠시. 나는 어제 처리하지 못한 거래처와의 계약 때문에 상사의 꾸지람을 듣는다.
퇴근을 한다. 다시 잠을 잔다. 알람소리를 듣지 못한다.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한다. 8시. 지각이다. 구두를 신고 현관을 나서려는 순간 낯선 번호로 전화 한통이 온다. 자신을 사무장이라고 말하며 정중하게 말한다. “김 검사님, 출근하셔야죠” 동부지검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신기하면서도 무겁다. 내가 검사가 된 것일까? 어제 받은 메일이 사실이라니?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나는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한 달을 열심히 일했다. 검찰 역사 이래 처음으로 대기업 총수에게 징역 10년을 내걸고 기소해 재판을 승리로 이끌며 나는 법의 무서움과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질서를 세상에 알리고자 밤낮없이 일했다.
스마트폰으로 월급 통장 계좌를 조회하는 내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영업사원으로 일할 때 보다 두, 세배의 월급을 기대하며 조회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너무 많은 월급 때문이 아니라 영업사원으로 일할 때의 보수와 같기 때문이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버스가 없다. 지하철도 없다. 길거리에는 쓰레기들로 가득차 악취가 가득하다. 간신히 집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니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수신자: 동부지검 김OO 검사
발신자: 당신이 믿는 신
제목: 일?, 돈?
내용: 나는 당신에게 당신이 하고 싶어 하는 직업을 선물로 주었소. 난 약속을 지킨 셈이요. 단지 하고 싶은 일을 준다고 했지, 당신네들이 산정해 놓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이야긴 한 적이 없소. 여러분들이 하고 싶어 하는 직업을 보고 난 참으로 신기했소. 그 많은 직업이 있는데 의사, 판사, 검사로 삼등분이 되더군. 이제 모두 원하는 직업을 가졌고 이 나라는 혼란에 빠질 것이오. 버스를 운전할 기사는 없고 지하철은 무인시스템으로 승객들은 불안이 가득하고 아무도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들을 치우지 않을 것이오. 당신들은 질 높은 의료서비스, 법률적 도움은 최고로 받을 수 있겠구려.
메일을 닫는다. 나는 검사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검사가 가져다주는 부수적인 가치를 얻고 싶었던 것일까? 세상은 이전보다 불편해졌고 내 마음은 불안하고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