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내력(內力) 키우기
인류의 역사를 바꾼 중국의 발명품 4가지는?
위의 질문을 마주 했을 때 머리를 쥐어짜 세 개 까지는 겨우겨우 생각해 냈지만 한 개를 결코 생각할 수 없었다. 짧은 교양 지식을 탓하면서 답을 찾아봤을 때 웃자고 낸 퀴즈에 ‘아 맞네’ 라는 소리가 진지한 내면의 깨달음과 함께 절로 튀어 나왔다. TV 만 켜면 등장하는 이 무시무시한 걸 놓치다니……
1. 종이 2. 나침반 3. 화약 4. 코로나
공교롭게도 인류를 이롭게 하는 발명품이 두 개(1번과 2번)요, 백해무익한 것이 딱 두 개(3번, 4번)다. (3번의 경우 평화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봤을 때)
바야흐로 코로나가 지배하는 세상이 돼 버렸다. 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그래서 더 무섭다!) 바이러스는 이미 인간 세계 곳곳에 침투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언택트(접촉을 뜻하는 contact에 반대를 뜻하는 un을 붙인 것), 슬세권(슬리퍼와 세권의 합성어, 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 같은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는데 까지 이르렀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출근 길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불편함을 감수하게 했고 불특정 시간에 ‘삑’ 울리는 재난 문자에 이제는 놀라지도 않는다. 인간이 인간을 만나는 이 자연스런 현상은 ‘비대면’ 이라는 어색한 용어로 대체 되면서 이제는 비대면 과정이라는 교육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2019년. 인류에 불어 닥친 이 불편한 손님은 우리 인간들에게 새로운 병력(病歷)을 추가하며 먼 미래에도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 못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코로나-N(코로나-20, 코로나-25…)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작은 바이러스로 찾아 올 수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경제 위기로 올 수도, 미∙중 무역 분쟁 같은 열강의 정치적 갈등으로 찾아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형태만 다르지 이들은 모두 우리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꼭 같다. 다 같은 ‘위기’ 다.
이제 우리는 (역사를 통해 더욱 현명한 미래를 설계하는 인간답게!) 예기치 않게 닥친 코로나-19라는 내력(內歷)을 통해 보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우리만의 내력(內力)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그 내력(內力)이 코로나-N을 이기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임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