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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老鋪)-이어가게

이어가게 노포가 될뻔한 고구마 가게 이야기

by 죠니야

내 친구 00는 아버지가 하던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하다 아들에게 넘겼다 아들은 최근 가게를 접었다. 아버지가 1954년, 야채깡 요즘 말로 하면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처음 고구마 가게를 시작한 이래 3대 71년 만에 끝난 것이다. 참 안타깝다.

내가 학교 다니던 70년대만 해도 고구마 가게 00이의 집은 못살았다. 끼니나 거르지 않는 정도였다. 00이 아버지는 소처럼 일해도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고구마 장사가 맘에 안 들어 머리 좋은 00이를 열심히 뒷바라지해 서울의 괜찮은 대학 경영학과에 보냈다. 00이는 아버지 바람대로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했다. 취직하고 십 년 정도 지났을까, 1997년 IMF가 터졌다. 잘나가던 회사가 망하면서 00이는 졸지에 직장을 잃었다. 실업자 00이는 아버지 고구마 가게를 이어 받았다. 마침 아버지도 몸이 안 좋아져, 못마땅했지만, 00이에게 가게를 넘겼다. 00이가 한 20여 년 잘 운영했다. 그런데 00이도 덜컥 병이 들었다. 이번에는 00이 아들이 직장을 나왔다. 00이는 아들에게 가게를 넘겼다. 야채깡 고구마 가게는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3대 70년의 ‘이어가게’ 가 된 것이었다. 한 대만 더 가면 4대 100년 전통의 고구마 가게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00이 아들이 가게를 접었다. 너무 장사가 안돼 문 닫고 택배 일을 한다는 것이다. 가업을 잇는다는 게 이렇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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