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총칼로만 죽지 않는다. 말로도 죽인다.
중세.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마녀사냥은 무지하고 포악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된 범죄가 아니다. 나름 현명하디고 인정받던 사람들이 시작하고 선정적인 가십거리를 원하던 사람들에 의해 확산돼 수 많은 여성들을 마녀로 몰아 죽인 것이었다. 음모론자 중 하나였던 ‘크라머’가 상상으로 지어낸 ‘마녀의 망치’ 란 책이 당시 막 발달하기 시작한 인쇄 기술에 편승해 전 유럽 사회에 퍼지면서 마녀사냥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마녀의 망치’에서는 모든 재난이 악마의 대리인인 마녀의 저주에 의한 것이라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내세웠다. 거기에 마녀 식별 방법으로 고문을 제시했다. 만약 마녀라면 어떠한 고문도 참을 수 있으니 참아내면 마녀고, 고문을 못 참고 마녀라 자백하면 마녀임을 시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녀로 고발된 사람은 다 마녀가 됐다. 마녀로 확인되면 화형을 당했고 마녀의 재산은 고발자 심문관 처형자가 나눠 가졌다. 화형은 사람들의 좋은 구경거리가 되었다. 당시 코페르니쿠스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라는 책을 출판됐는데 그 책은 전 유럽에 4백 권도 채 안 팔렸다. 흥미진진한 ‘마녀의 망치’가 있는데 누가 지루한 과학책을 읽으려 하겠는가?
마녀사냥은 선정적인 책을 쓴 ‘크라머’부터 돈 벌기 위해 무차별로 찍어낸 인쇄업자 이를 유통시킨 서적상, 마녀의 재산을 탐내 고발하고 심문하고 처형한 사람들 이에 열광하던 시민들 모두가 합작한 범죄다.
확인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내뱉듯이 던지거나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실 인양 퍼트려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트리거나 심하게는 자살까지 몰고 가는 경우가 지금도 많다. 이런 사실을 만들어 퍼트리는 사람도 문제지만 아무 생각 없이 아니면 재미 삼아 퍼나르는 사람들도 문제다. 이런 사람들에 의하여 퍼지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좋은 이야기라기 보다는 나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