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살기에 힘쓰고 자기손으로 일하고 자기 일에 전념하십시요
2005년 영국의 한 골동품 가게에서 흑인 여성의 초상화가 발견되었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크림전쟁에서 간호사로 활약했던 메리 시콜이었다. 그녀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간호부대에서는 제외됐지만 홀로 전장을 누비며 많은 사람들을 살렸다. 훈장을 받았어도, 그녀의 헌신과 업적은 금방 잊혔다. 100년도 더 지나 우연히 초상화가 발견되면서 그녀의 업적은 알려졌다. 우리 주변에는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영웅들이 많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한 사람들이다. 이런 숨겨진 영웅들을 찾아 현양하고 기억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우리는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닮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은 자기가 한 일이 세상에 드러나는 걸 손톱만큼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굳이 찾아서 떠들썩하게 알린다는 건 오히려 그들의 진심에 누를 끼치는 게 아닐까?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도 모르게, 조용히 넘어가길 바랐는데, 괜히 찾아내는 건 아닐까?
“ 누가 알아 주기를 바라서 한 일도 아니고 응당 해야 할 일이라 한 것뿐인데 뭘 잘했다고 밝힙니까? ” 파락호, 노름꾼으로 평생 오명을 뒤집어쓰고 살던 독립운동가 김용환 선생이 해방된 후 그의 진심을 아는 사람들이 독립운동 한 걸 밝히자고 권유하자, 한 말이다.
조용히 살며 묵묵히 자기 일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