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냥은 아니 주고 쪽박만 깬다.

도와줄 게 아니라면 차라리 가만히나 있는게 낫다.

by 죠니야

최근 오랫동안 못 만났던 지인을 우연히 만났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다가 45년 전 대학입시 얘기가 나왔다. 지인은 공부를 못했다. 열심히는 했지만, 학력고사 성적이 워낙 안 나와 갈만한 대학이 없었다. 지인 아버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근 대학의 교수로 있던 형님 즉 지인 큰아버지에게 혹시라도 방법이 있을까 하여 지인을 큰아버지에게 보냈다. 지인을 만난 그분은 “ 야! 그 성적에 무슨 대학이냐! 네 아버지 일이나 도와라! ” 하며 야단쳐서 돌려보냈다. 많은 사람들이 그분을 바르고 공명정대한 분이라고 칭송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학력고사 성적이 나쁜 것에 제일 서러운 사람은 누구일까? 세상에 공부 못하고 싶어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공부 못하는 서러움을 한 번 더 얹어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까? 실력 없는 조카 편법으로 합격시켜 달라는 게 아니다. 어려운 처지의 조카, 격려해 주고 다른 좋은 길을 알려 주는 게 어른의 도리가 아닐까? 합격시켜 줄 것도 아니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만 준 그 교수님은 뭐가 좋았을까? 공명정대하고 바르다는 칭송을 받고 싶어 그랬을까? 그게 아니라면, 어리석기 한이 없는 사람이다. 도와주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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