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팔이 상이용사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 동네에 갈고리 손을 달고 다니던 거지 아저씨가 있었다. 퀭한 얼굴에 초점 없는 눈,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던 손, 카바이드 냄새 쩔은 몸에서 풍기는 절망의 그림자. 아침 댓바람부터, 문 연 가게가 있으면 무작정 소리 지르며 들어가 돈 달라던 그 아저씨. 너무나 무서워 피해 다녔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그 무서운 아저씨. 길에 주저앉아, 통곡을 한다. “ 아이고 어머니! 내가 빤치볼서 죽어야 했는데 왜 살려놨습니까? 엉엉!! ” 서러움 가득한 울음 넋두리는 보다 못한 동네 어른들이 모아준 돈, 몆 푼으로 끝났다.
빤치볼을 알게 된 건 한 10년쯤 지나서였다. 6.25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강원도 펀치볼 분지였다. 외팔이 아저씨는 펀치볼 전투에서 팔을 잃고 갈고리 손을 단채 평생 술과 구걸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 개똥으로 굴러도 이승이 낫다. ”는데 외팔이 아저씨의 삶은 왜 그렇게 서럽고 고단했을까?
이제는 아마 세상에 없을 외팔이 거지 아저씨. 6.6 현충일만 되면 생각나는 외팔이 거지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