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 재판

최근 신문을 보고 생각나서

by 죠니야

90세를 넘기신 우리 어머니. 76년 전 6.25때의 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계신다.

나 : 어머니 6.25때 인민재판하는 것 보셨어요?

어머니 : 그럼 봤지! 읍사무소 앞에서 인민재판을 했는데 학교 다닐 때 좌익 운동하던 언니 오빠들이 앞장서서 인민재판을 했다. 재판하기 전에 언니들이 인민재판 하는 데 안오는 사람은 다 반동이라고 협박해 나도 어쩔 수 없이 나갔다.

나 : 그래 인민재판은 어떻게 하던가요?

어머니 : 나는 그 때 너무 무서워 덜덜떨다가 나오라고 협박했던 언니한테 눈도장만 찍고 도망쳐 왔다. 그 언니도 내가 안됐는지 눈짓으로 가라고 하더라

나 : 전혀 본게 없었어요?

어머니 : 인민재판을 시작하면서 여러 사람을 포승줄로 묶어 끌고 나오는 데 그 중 아는 사람이 있었다. 동네에서 제일 잘 살던 정미소집 주인과 교장 선생, 00선생 이었다. 인민위원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재판장이었고 정미소집 일꾼 중 하나가 주인을 고발하더라, 그리고 교장선생과 00선생은 언니들이 고발했는 데 전쟁 전까지 선생님 선생님 하던 분들을 그렇게 맹렬하게 욕하는거 보고 참 너무한다라고 생각했다. 사실 00선생은 학생들에게 조금 무섭게 했고 특히 오빠들이 정치운동 한다고 학교에 안나오면 엄하게 때리긴 했지만 다 자기 직책이 그래서 그런건데! 거기까지만 보고 나는 도망쳐 왔다.

나 : 그 사람들은 그래서 다 죽었데요?

어머니 :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인민위원장이라는 사람이 그 사람들을 전부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한다고 했는데 거기서 죽인 것 같지는 않더라. 오히려 전세가 역전된후 인민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총맞고 죽어 있는 걸 사람들이 봤다더라!

나 : 그런데 아무리 엉터리라도 죽고 사는 걸 그렇게 함부로 해요?

어머니 : 전쟁통에 법이고 질서고 어디있냐! 그저 죽기 아니면 살기지!

신은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죽이거나 다치게 하지 않게하려고 함무라비왕에게 법을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함무라비 법전이 만들어졌다. 사람 특히 약한 사람을 보호하려고 법을 만들은 것이다. 그런데 정작 선량한 사람보다 죄를 지은 사람들이 더 보호를 받는것 같아 너무 억울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사회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범죄도 저지르기도 쉽다. 여튼 사람을 보호하는 데는 법이라는 시스템에 의지하는 게 좋다. 그래서 법은 두루뭉술하면 안된다. 명확해야 한다. 또 법은 견고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너무 쉽게 자주 바뀌거나 사람에 따라 달리 적용되면 안된다. 어떤 인민인지 모르겠지만 인민의 뜻이라며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뺏는다면 함무라비 때만도 못한 것이다.

또 법을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3권을 분립시켰다 그 중 사법부는 투표나 임명이 아닌 오로지 법 지식에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 즉 법관들로만 구성된다. 이는 인간적인 정리나 분노와 보복으로 판결하지 못하게 하려 한것이다.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약한 자를 보호를 위해 법조문과 양심으로 판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법 왜곡죄라는 게 만들어진다 하는데 인민재판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사법부는 선출 권력이 아니기에 선출권력보다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데 인민의 이름이 최고의 권위였던 인민재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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