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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사와 에이이치(涉澤榮一)
이토오 히로부미(伊藤博文)

의도가 좋았다해도 결과는 피해와 상처뿐이었다.

by 죠니야

최근 일본 1만 엔권 지페 모델로 시부사와 에이이치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는 일본 자본주의 경제의 아버지로 합본주의(合本主義)- 혼자만 잘살면 소용없고 모두가 잘살아야 하고 그래야 나라도 부강해진다.- 라는 경제사상을 주장했고 이를 실천한 기업가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다. 다른 기업가들은 자손들에게 막대한 유산을 상속했지만, 시부사와는 자손들에게 단돈 1000만 엔만 남겼고, 500개가 넘는 회사를 창업했지만 다 사회에 환원하고 자기 이름으로 된 회사는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위대한 기업인이면서 경제사상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약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런 시부사와가 왜 경제침략의 선봉으로 대한제국에 일본 제일은행 지폐를 유통시켰고, 경인선 경부선 철도를 부설하여 한반도, 만주, 중국 본토까지 일본 침략을 뒷받침했을까? 본인은 대한제국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금융과 철도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만든 것이라 했지만 결과는 우리 경제의 일본 예속이고 나아가서는 식민지화다. 이토오 히로부미와 마찬가지다. 이토오도 제국주의 러시아의 침략을 막고 일본, 조선, 중국 3국을 공동 번영시키고자 조선을 보호국화 했다 주장했지만, 결과는 일본의 조선 지배와 대륙침략이었다.

신이 아닌 이상 사람의 마음을 재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토오든 시부사와든 본인들의 의도는 결코 침략이 아니었다. 아무리 주장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조선은 식민지가 됐고 우리 민족은 큰 피해와 상처를 입었다. 이렇게 피해자가 있으니, 진심어린 참회와 사과를 마땅히 해야 할 것이다.

시부사와의 증손자와 고손자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할아버지(시부사와)의 경제사상과 미담 들을 소개하며 “ 할아버지는 일제의 조선과 만주 침략을 보고 항상 괴로워했다. ” 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아울러 “ 분노를 연료 삼아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정치인들 때문에 가장 가까워야 할 한일 관계가 더 나빠진다. ” 라고 정치인들을 성토하기도 했다.

“ 하늘 아래 사람은 모두 같은 피조물 형제들이다. 서로 친하게 지내고 서로 사랑하며 의식주를 해결하는 게 하늘에 대한 도리다. 하늘에서 보면 우리도 남도 없고 국경도 없다. ”

시부사와 어록이다. 참 훌륭한 글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섬칫해 지는 건 우리 마음이 꼬였기 때문일까? 무책임한 정치가들의 선동 때문일까?

일본에서는 시부사와가 일본 최고의 경제 원훈이라 하더라도 한국의 입장과 상처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재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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