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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서는 되돌아온다.

갚지 못할 은혜라면 안받는게 현명하다

by 죠니야

현명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왕이 있었다. 왕은 신하들을 모아놓고 백성들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을 생각해 오라 명했다. 신하들은 열심히 연구하고 생각해 각기 훌륭한 내용의 가르침을 적어왔다. 수백 권의 책이 됐다. 도저히 백성들이 읽을만한 분량이 아니었다. 그래서 똑똑한 신하들을 시켜 한 권으로 요약하게했다. 그런데 그 책은 너무 어려워 역시 백성들이 읽기는 무리였다. 다시 가장 똑똑한 신하를 시켜 짧고 쉽게 한 줄로 줄이라 명했다. 현명한 신하는 골똘히 생각한 끝에 “ 세상에 공짜는 없다. ” 라는 글을 지어 바쳤다. 이에 왕은 크게 만족했다.


최근 작고한 김민기 선생 역시 “ 세상에 공짜는 없다. ”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 사람이다. 그는 학전 소극장을 오직 관객들의 관람료로만 운영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끝까지 지켰다. 극장 운영이 아무리 어려워도 도와주겠다는 사람. 국가 보조를 받게 해주겠다는 사람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결국 학전소극장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지만 순수한 예술 정신을 지킨 김민기와 학전소극장의 명예는 길이 남았다.

아무리 작은 은혜나 도움이라도 받았다면 갚아야 하는 게 도리다. 갚지 못할 은혜라면 안 받는 게 현명하다. 청구서는 반드시 되돌아오게 돼있다. 그 것도 가장 어려운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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