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관복 Oct 01. 2024

이 강산

한강의 서쪽 하늘

  버스는 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한강 서쪽 멀리까지 시야는 거치는 것이 없어서 아득했고 석양빛에 물든 붉은 구름들이 넓은 띠를 층으로 이루고 저녁하늘을 장엄하게 만들고 있었다. 붉은 구름사이로 한강유역을 따라 헬기가 날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창밖으로 머리를 돌려 거칠 것 없는 서쪽 가장 끝 하늘을 바라보았다. 온 하루의 복닥복닥함이 버스를 타고 양화대교를 건너며 바라보는 저 석양의 하늘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지는 듯했고, 그 사라짐의 느낌이 눈물겨웠다.

  작년에 아들 며느리가 인사동에 놀러 갔다가 샀다며 나에게 임영웅의 노래 CD를 선물해 준 적 있다. 시골에 있던 어느 날 저녁, 2층에서 그 CD를 오래된 스테레오 스피커로 듣고 있었는데, 무엇인가 가지러 아래층으로 내려가다 말고 그대로 계단에 주저앉아 흘러나오는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만 울어버렸었다. 아니, 통곡을 했었다.


  노을에 물든 저녁 하늘이

  오랜만에 참 좋은 저녁입니다

  문득 떠오른 그대 생각에

  나지막이 이름을 불러봅니다

  ………

  차마 그립단 말 대신

  바라본 밤하늘에는

  아스라이 먼 작은 별 하나

  외로이 홀로 남아 깜박입니다

  그대를 닮은 작은 별 하나

  외로이 홀로 남아 깜박입니다.     

  

  통곡은 이곳에 있는 내가, 알 수 없는 저곳에 있는 그를 부르는 영혼의 외침이고, 또 저곳에 있는 그가, 이곳에 있는 나를 위로하는 영혼의 메아리인가, 울고 나면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은 지는 오래되었다.


  근래에 부친상을 당한 오래된 한 지인이 오랜만에 연락을 해 와서 어제도 한잔, 오늘도 한잔, 이 세상엔 한잔밖에 없다고,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말에, 좀 줄이시면 좋을 듯, 하고 말하니, 그래도 힘자랄 때까지 마신다고 했다. 자기 자신이 제어가 안 된다고 했다. 터져 나오지 못하는 통곡이 내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나는 하늘의 별이 보이냐고 물었다. 뜬금없는 물음에 그 지인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겠지, 동병상련이라고 할까, 가장 가까운 혈육을 저 너머로 먼저 떠나보낸 그 상실의 아픔들이 사소한 대화 속에서 소용돌이치다 잔잔해져 감을 서로가 느끼고 있었다.

 

   버스가 양화대교를 넘어 한강 아리수정수센터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 서쪽하늘의 장엄한 석양을 바라보며 이 버스 안의 동승자들도 누구는 하루의 고단함을 노을 속으로 불어 보내고, 누구는 그리운 이들을 노을 속에 그려보고, 누구는 붉은 노을하늘이 있어 또 내일의 해 솟는 아침이 오리라는 희망을 마음속에 속삭이며,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앉아있을 것이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어, 강이 있고 바다가 있어, 푸른 하늘과 붉은 석양의 하늘이 있어,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아침의 눈부신 해가 있어,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 모두는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무한의 공간 곳곳에 있는 저마다의 그리운 이들과 더불어 복되다.     


2024년 10월의 첫날에 신관복 쓰다.     


더 씀

  이 땅에 와서 새로운 것들로 어리바리하던 나에게 그 새로운 것들에 익숙하게 해 준 金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내드립니다. 저녁의 노을과 밤하늘의 별과 더불어 마음에 평화가 깃들기를!

시골집의 수국



작가의 이전글 새해전야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