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무의식 속 책임감
나는 미래에 나의 유산을 남길 수 있는 일로 삶을 채워나갔다. 직업적인 부분이나 사생활도 대부분 이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많은 경우에 수를 두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커다란 가치를 이루기 위해 많은 문을 열어 두어 중구난방으로 삶을 확장하면서 내 집중된 능력을 기루지 못한 것이다. 물론 나는 이 과정에서 많은 지식을 얻었고 많은 재능들을 가지고 있지만 빛을 낼 수 있는 수준의 것은 많지 않다.
삶을 넓게 보고 살아야 한다는 중압감이었을까? 나는 항상 새로운 일에 호기심을 가지며 흥미를 느꼈고, 시작을 즐겼다. 누군가는 시작이 제일 어렵다고 하지만, 내 입장에선 시작은 정말 쉽다. 오히려 나는 정직하게 노력을 들여 시작한 일을 매듭짓는 성실함이 어렵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 중에서 그러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가진다. 다른 새로운 일에 눈길을 돌리지 않고 눈앞의 일에 책임을 다하며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 ‘주의력’은 내가 제대로 갖추지 못한 능력이다.
앞선 사유를 통해 여러 가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하지 않고 집중력 있게 완수하기 위해서 일에 책임감을 부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책임감을 부여해야 하는 일과 해당 과업들에 어떻게 책임감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먼저 표면적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먼저 짚어나가겠다.
나는 미래에 내가 유산을 남길 수 있는 일에 커리어를 집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한국에서의 이력을 뒤로하고 독일에서 전략디자인 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AI가 보급되고 있는 이 사회에서 디자이너가 진정으로 설 수 있는 자리는 ‘전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석사 과정은 내가 미래에 직업을 구하는데 필수적인 단계이므로 현재 내가 해야 할 일의 최고 우선순위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미니잡’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살아보니 내가 한국에서 계산했던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부가적인 수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현재 레스토랑에서 근무 중이다. 사실 일반적인 레스토랑이었다면 내가 계속 근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 한식 다이닝은 내가 고객과 소통하며 메뉴를 소개하고 경험을 리드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현장을 관리하는 능력과 프레젠테이션능력을 강화하는데 아주 좋은 기회라 판단되어 지속할 생각이다.
세 번째는 가사이다. 혼자 살다 보면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되기 때문에 내가 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일이 된다. 예를 들어 집을 치우는 일이나, 빨래, 끼니를 해결하는 일도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 되겠다. 물론 가치체계에서는 이런 일들이 꽤나 하위에 있다. 내가 쇼핑을 많이 하거나, 요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표면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일 중에서는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진다.
이 시점에서 내가 표면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 중 내가 정의했던 ‘미래’ 가장 근접한 가치는 석사과정이다. 이 부분은 내 커리어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인지영역에서 가장 높은 책임감을 둬야 할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표면적 과업 중에서는 가장 시간투자가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가치는 레스토랑일이지만 이 일은 사실 내가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을 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없다. 하지만 타인과 연결되어 있는 책임소재가 분명한 가시적 과업이기 때문에 이 특성은 내가 추후 내 일에 책임을 부가하는 방법 중 하나로 더 디테일하게 다뤄보겠다. 왜냐하면 일에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과업을 내 인지 영역에 두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표면 아래의 일은 어떨까? 이곳은 본격적으로 내가 시작하고 끝내지 않았던 일들이 잔뜩 쌓여있는 창고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이 무의식 속에 있는 과업이기 때문에 내 인지영역에서 벗어난 일들이 많다.
먼저 내가 작성하고 있는 소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내가 쓰고 있는 소설을 크게 두 가지인데 아이들에 초점을 맞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고, 다른 하나는 미래의 종교사회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이 소설들은 벌써 내가 작성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연재도 시작하지 못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공들여 만들고 있는 미래사회를 그리는 소설은 종교적인 부분에 대한 내 무지로 인하여 진전이 매우 느려진 상태이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무의식 속의 과업은 취직이다. 사실 취업이 내 무의식 속에 있는 이유는 현재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과정에서 내가 일자리를 가지는 것이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특성상 직업을 구하는 프로세스 자체가 길기 때문에 이 과정은 2학기에 들어간 내가 슬슬 수면 위로 드러내야 할 문제가 되겠다. 그렇기 위해서는 어떤 업을 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세 번째부터는 점점 개인적인 부분인데 나름의 이성 관계에 대한 부분도 내가 무의식 속에 두고 있다. 이 부분도 내가 무의식 속에 두고 있는 이유는 내가 아직 경제적으로 유럽에서 누군가와 만남을 가질만큼의 상황도 아니고, 아직 내 생활 자체도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내가 무의식에 두고 있는 일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부족함으로 인하여 해결을 늦추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무의식 속에 있는 일을 내가 의식의 단계로 올려서 본격적으로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부족함을 보충하면서 내 인지영역 안에 두게 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내가 좀 더 깊게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내가 무의식 속에 담아두고 당장 해결하지 않는 문제들의 본질을 파헤치면 내가 인지영역 안에 두지 못했던 이유들도 하나씩 밝혀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왜냐하면 내가 이 글을 쓰면서도 인지영역 밖에 있던 일들이 계속 떠오르면서 내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일을 시작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내가 무의식 속에 일을 방치하는 원인을 밝히며 장기적인 관점의 해결책을 찾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