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편향을 극복하는 법
누구든 자기가 하는 일에는 내가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바람과 믿음이 공존한다. 바람은 내가 하는 일에서 성취하고 싶은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이고 믿음은 그 목표치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개인의 기대감이다. 예를 들어 바람이 아주 커서 높은 목표치를 가지고 있는데 믿음이 적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의심이나 두려움을 가지게 될 것이고, 목표치가 낮은데 믿음이 강하다면 내 능력 대비 난이도가 낮은 일로 인지하는 것이다. 즉, 믿음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스스로 부여하는 가능성의 척도이다.
내가 앞에서 다루었던 인지 편향의 주된 문제는 완수 가능성을 평가하지 않고 쉽게 도전하여 초기의 작은 성과만으로 큰 성취감을 가지는 자아도취적 태도였다. 이런 현상은 가상의 심리적 보상을 받으면서 오히려 헛된 믿음을 주는 결과를 낳으며 내가 무의식적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아주 높은 가능성을 부여하는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내 인지편향은 나에게 높은 기대를 가지게 만들고 그만큼 강한 믿음을 주는데, 사실 이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바람이야 개인의 희망사항이기에 아무리 높게 잡아도 무리는 없겠다. 하지만 믿음은 다른 문제다. 현실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해야 일의 완수 가능성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믿음은 허상의 심리적 보상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근본 없는 믿음이다. 게다가 현실적 믿음을 기반으로 일을 완수하면서 얻는 성취감으로 내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가상의 성취감을 먼저 얻고 믿음을 가지는 왜곡된 순서를 가지고 있기에, 이것은 현실적인 미래를 꾸려나가는데 아주 해로운 현상이다.
두 인지편향은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어 한꺼번에 해결하기보단 하나씩 해결하는 방법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먼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문제는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방법이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일을 내가 컴퓨터처럼 평가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중구난방으로 일을 시작하는 문제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문제는 내가 행동을 너무 쉽게 옮기는 것이 문제로 정의될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는 ‘계획행동이론’을 참고하려 한다. 이 이론은 1985년 Icek Ajzen이 제안한 이론으로 우리가 행동으로 옮기는데 영향을 주는 세 가지 영역을 다룬다. 이 세 가지 요소는 “태도”, “주관적 규범”, “행동 통제인식”로,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우리의 의도가 얼마나 강한 실행력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나는 내가 행동을 너무 쉽게 옮기는 문제가 이 세 요소를 지나치게 희망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본다.
예를 들어, 내가 브런치에 글을 개시하는 것을 들어보겠다.
1. 태도 : 브런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지식을 글로써 옮기고 다른 이에게 알리는데 적합한 플랫폼이다. - 긍정적 태도
2. 주관적 규범 : 나는 이 플랫폼에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한 친구의 추천을 받았고, 이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 긍정적 반응
3. 행동 통제 인식 : 나는 공유하고자 하는 콘텐츠가 명확하고 글을 쓰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다만 나는 이것을 전문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처리해야 할 다른 중요한 일들에 비해 우선순위가 낮다. - 중립적 평가
이렇게 내가 ‘브런치에 글을 개시하는 행동’을 계획행동이론의 세 가지 요소에 기반하여 정리한 결과 나는 긍정적인 태도와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행동 통제 인식에 있어서 다소 중립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내가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변환하지 않으면 이 행동에 지속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내가 어떠한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행동이론의 세 가지 요소를 스스로 밝힌다면, 내가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판단하는 좋은 기반이 될 것이라고 본다.
두 번째 인지 편향은 잠재력 착각으로 일을 시작하는 초기에 내가 희망적 사고로 최종적인 과업을 성취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요소이다. 이 인지 편향의 문제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성공적 시나리오가 심리적으로 실제 시나리오로 분류되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상 속 일이 언제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인 가치는 0에 수렴한다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밝은 미래를 상상하는 내 습관은 자연스레 일어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다시 공상으로 빠질 확률이 높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내가 현실의 성과를 돌이켜보게 하는 요소가 중요할 것 같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방법은 매일 일기를 쓰면서 내가 했던 오늘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방법이 과연 실천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계획행동이론”의 세 가지 요소에 기반하여 생각해 본다면, 태도 자체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어느 누군가가 기대한 것도 아니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나에게 일기를 쓰도록 기대하는 바가 없기에 주관적 규범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행동 통제 인식 또한 일기를 매일 쓴다라는 것 자체가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실천에 옮기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일기의 형식이 아니라 했던 일을 키워드로 나에게 어떤 칭찬을 준다던지,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한다면 어떨까?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이들을 위해 12월 내내 하나씩 초콜릿을 꺼내먹을 수 있는 캘린더가 생각난다. 이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진짜’ 선물을 받기 전까지 인내심 있게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보상체계다. 나에게도 이런 보상 체계를 만들 수 있다면 너무 쉽게 성취감을 느끼려는 욕심일까? 사실 보상체계는 심리적인 부분보다는 물질적인 부분이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나에겐 그런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기에 이것은 내가 실행할 수 있는 해답이 아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보상은 나에게 위험한 솔루션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내 문제를 분석해 본 결과 나는 정신승리를 아주 잘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보상체계가 아니라면 나는 두 번째 인지 편향으로 극복하기 위해 공상을 꺼버리는 버튼을 만드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지식 안에서만 의존하기보다는 외부의 지식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어 두 번째 인지 편향의 솔루션을 AI에게 의뢰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은 나에게 흥미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 방법은 공상 트래커를 만드는 것이다. 이 솔루션의 핵심은 공상을 멈추는 것이 아닌 ‘인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꿈을 꾸고 있는 사람에게 꿈을 꾸고 있기에 일어나야 한다고 알려주는 일종의 자각몽훈련과 비슷한 개념이다. 방법은 하루 중 특정 시간마다 그 순간에 했던 생각이 공상인지 실제 생각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내가 주로 공상을 하는 밤 시간에 맞추거나 한창 일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에 알람을 맞춘다면 적절할 솔루션으로 보인다.
두 번째 방법은 공상 차단 장치이다. AI 가 명칭으로 제안한 것은 ‘IF-THEN 룰’인데, 내가 공상하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그 공상과 관련된 어떠한 행동을 정해진 시간 안에 조금이라도 실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회사에 입사하는 상상을 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순간 나는 ‘입사’와 관련한 실질적 움직임을 3분간 진행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도 있고, 구인구직 사이트에 접속하여 지원가능한 회사를 리스트에 추가하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실행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두 번째 방법이 마음에 든다. 공상은 습관이 되었기에 차단하는 것이 힘들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공상하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조금이나마 그 공상에 가까워지는 ‘실질적인 노력’으로 옮기게 하는 알고리즘이기에 미래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은 나에게는 매력적인 솔루션이다.
나에게 공상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기 때문에 아주 무서운 질병이다. 이것이 심해지면 ‘망상’이 되겠지만, 적어도 공상이 위험한 습관이라는 것을 인지한 이 순간이 나름 감사하다. 적어도 위험을 인지하고 내 문제를 타파할 솔루션을 찾지 않았는가.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내 솔루션이 지속가능하도록 내 안에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며 조금 더 나를 찾아보겠다. 그 속에서 내가 어떠한 문제가 있을지 두렵지만, 지금처럼 내 오류와 문제를 짚어 나가다 보면 내가 상상하는 미래를 현실로 끌어오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