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일기 (21): '얼렁뚱땡이'의 비애

by 장파덕

2022년 변호사시험을 끝낸 뒤부터 4년째 다이어트 중이다. 사실 대부분의 기간 동안 '입으로만' 다이어트 중인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변호사시험 직전에 83~85kg 정도였던 몸무게가 요즘에는 73~75kg정도이니, 대략 10kg정도를 감량한 셈이다. 하지만, 변호사시험이 끝난 직후에 집 근처 대학병원 비만클리닉을 다니면서 당시로서는 최신 다이어트약인 '삭센다'를 맞고, 큰 돈을 들여 PT를 받으면서 대략 4개월만에 76kg까지 감량했으니, 실질적으로 나머지 3년 반동안 뺀 몸무게는 3kg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아 물론 작년 말에 담낭염 수술을 하고 나서 일시적으로 71kg까지 빠졌는데, 다시 원상복구되었다.


어찌하여 2022. 5.부터 2026. 2.까지 결과적으로 겨우 3kg밖에 감량하지 못한 것인가.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많이 먹고, 덜 움직여서이다. 그렇다면 해결 원인도 간단하다.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된다. 그런데 사실은 별로 간단하지 않다. 수능 수험생이 서울대를 가는 방법은 '공부를 열심히 한다.'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뭐 누구든지 서울대, 의대 갈 수 있겠지. 하지만 누구든지 그렇게 서울대, 의대를 갈 만큼 열심히 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다. 최근 위고비, 마운자로가 유행이 된 이유가 무엇인가. 식욕을 억제하기가 참 어렵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식욕을 억제하기가 참 힘들 때가 많다. 무엇보다도, 습관적인 군것질을 억제하여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다. 어제는 점심으로 햄버거 세트를 먹었다. 마지막 양심으로 감자튀김 대신 치즈스틱(...)을 먹었다. 사실 감자튀김이나 치즈스틱이나 거기서 거기이긴 한데.. 그런데 생각보다 햄버거 세트가 배가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군것질 대신 해먹으려고 사놓은 에너지바를 오후에 일하면서 하나 까먹었다. 2시쯤인가 3시쯤인가. 그런데 4시 반쯤이 되니까 너무너무 배가 고팠다.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사무실을 슬쩍 빠져나와서 편의점에 가서 칸쵸 하나를 사와서 사무실에서 까먹었다. 아주아주 꿀맛이었다.


그리고 어제는 저녁에 데이트를 했는데, 지난 데이트에서 치킨과 떡볶이를 먹은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이번에는 서브웨이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점심때 햄버거세트를 먹고 배가 고팠던 것이 떠올랐다. 서브웨이 샌드위치 세트를 먹고 혹시나 밤 9~10시에 배가 고파서 폭식을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퇴근길에 아까의 그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무려 3000원짜리 허쉬 초코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아니 그래도 밤 9~10시에 야식 먹는 것보다는 낫잖아.. 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애인을 만나서 서브웨이를 가서 건강하고 든든한 샌드위치 세트를 먹었다. 참치 샌드위치 세트 할인을 해서 잘 먹었다.


근데 지나가는 길에, 투썸플레이스에서 '두초생'이라고, 두바이초콜릿이 들어간 스트로베리 초코 생크림 케이크가 새로 나왔다고 하지 않는가? 이걸 참을 수 없었다. 서브웨이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바로 투썸으로 진격했다. 그런데 웬걸, 대문짝하게 광고하더니 정작 키오스크에서 찾아보니 재고가 없단다. 하지만 그래도 케이크는 먹고 싶었다. 그러다가 '화이트 스초생'이 나온 걸 보고, 그냥 스초생은 먹어봤는데 화이트 스초생은 안 먹어봤으니까 한 번 먹어보자, 그래서 화이트 스초생을 사먹었다. 그래도 마지막 양심상 음료는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했다. 음료까지 단 걸로 먹으면 다이어트가 영영 실패할까봐...


결과적으로 화이트 스초생은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무언가 알갱이가 씹히는데 맛이 괜찮았다. 하지만 내 다이어트에는 절대 괜찮지 않았겠지... 그리고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가는데, 편의점이 보이길래, 아 오늘 단 것만 먹었는데 짠 과자(감자칩 같은 것) 하나 사먹을까... 한 30초 정도 고민하다가, 에이 오늘 군것질을 너무 많이 했어, 라고 생각하며 그냥 집으로 왔다. 속으로 나의 자제력을 뿌듯해 했다. 정작 그러고 나서 집에 와서 귤을 3개나 먹었다. 작고 소중하고 귀여운 귤이니까 밤 9시 이후에 먹어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날 나는 이미 식사 외에도 많은 것들을 먹은 상태였다. 귤도 먹지 말았어야 했다.


아침과 오후에 에너지바 1개씩, 아침과 오후에 삶은 계란 1개씩. 딱 여기까지만 먹었으면 괜찮았을 것이다. 에너지바와 삶은 계란은 식단하는 사람들도 종종 먹으니까. 그런데 여기에서 칸쵸가 추가되었다(16:30경). 허쉬초코 아이스크림이 추가되었다(18:00경). 그리고 화이트 스초생 1/2개가 추가되었다(19:30경). 귤 3개가 추가되었다(21:00경). 그래서 어제도 나의 다이어트는 실패하고 말았다. 오늘 아침에 몸무게를 재어 보니, 그저께에 비해서 0.2kg정도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오차범위 내이고, 무엇보다도 지난주만 해도 74.0kg까지 줄어든 몸무게가 불과 며칠 사이에 75.3kg까지 늘어났다는 점이 심각하다.


며칠 전 친구가 농담삼아서 '야 너 법률 유튜브나 해 봐라'라고 해서, 그날 바로 즉석해서 폰카메라로 1분짜리 영상을 찍고, 영상편집 프로그램으로 자막을 달아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올려보았다. 그런데 내가 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니, 내 목소리가 어색한 것은 별론으로 하고 내 얼굴에 턱살이 너무 많았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내 얼굴과, 카메라에 담긴 내 얼굴에서 심각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다이어트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턱살이 많다고? 그래서 몇몇 친구들이 턱보톡스를 권했던 건가? 아무튼, 그런 절박함을 느껴놓고도 어제는 칸쵸에 아이스크림에 케이크에 귤까지 야무지게 먹어버렸던 것이다.


다이어트 한다고 입으로만 외치고 얼렁뚱땅 넘어가버리는 '얼렁뚱땡이'의 전형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오늘은 다이어트 전선에서 성공적으로 진군할 수 있을지? 일단 오늘 오후에는 배고파도 삶은 계란 1개만 먹어야겠다. 사실 점심을 먹고 나서 카페 가서 카페라떼를 하나 사 놨다(토스 페이스페이 5000원 할인쿠폰을 받아서, 뽕을 뽑으려면 아메리카노 말고 라떼를 시켰어야 했다. 이건 정말 변명이 아니다). 아메리카노 대신에 라떼를 마시는 만큼, 오늘은 군것질을 삶은 계란 하나로 끝내야 한다. 사실 우리 민족에게 새해의 시작은 양력 1월 1일이 아니라 음력 1월 1일부터가 아닐까. 진정한 새해 다짐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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