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이것은 어쩌면 프루스트의 구호인지도 모른다. "너무 빠르지는 않게요(n'allez pas trop vite)." 이렇게 너무 빠르지는 않게 지나감으로써 얻는 이익이란, 그 과정에서 이 세계가 훨씬 더 흥미로워질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 아닐까? (알랭 드 보통_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62쪽)
니콜슨은 일기에서 그날의 파티에서 프루스트를 만난 것을 굉장한 사건이었다고 적었다. 프루스트가 쓴 작품이 어떨지 대략 상상이 간다.
프루스트가 주변을 천천히 보는 방법은 그의 평생에 걸친 습관이었으리라. 천식을 달고 살던 그는 늘 주변 공기에 민감해야 했고 발걸음도 천천히 움직였으리라. 이런 그의 성향을 미리 안 사람은 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기가 좀 수월했을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5권에 한 문장이 무려 4미터에 이르고, 웬만한 와인병의 아랫 부분을 17번은 충분히 감을 수 있을 정도의 긴 문장이 있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작은 스마트폰 하나로 집 안의 전자기기를 모두 조정할 수 있고 아이들의 학교와 나의 직장에서도 모두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공지사항과 그 밖의 업무를 주고 받는다. 내가 고등학교 때 만해도 삐삐를 가지고 있는 애들이 한 반에 몇 있었는데. 그들은 삐삐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로 달려갔다. 번호를 누르고 상대방이 남긴 음성메시지를 듣는다. 어떤 메시지가 남겨져 있을까 궁금해하는 시간에 설레기도 하고 두려웠을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스마트폰에 설치된 카카오톡에서 1초만에 상대방의 질문을 확인하고 답을 할 수 있다. 예전보다 빨라진 것들이 많은데 왜 우리는 계속 시간이 없는 것일까. 빨리 일을 처리해서 얻는 여유 시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눈 앞에 있는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맛있다"는 말 한마디 하고 마시는 사람과 "우유와 코코아가루의 비율이 황홀할만큼 적당하다며, 달지도 안 달지도 않은,내 입에 딱 맞는 맛"이라고 표현하는 사람하고. 나는 앞으로 누구에게 더 자주 코코아를 타 주려할까.
무엇이든지 한 템포 쉬고 시작해야 겠다. 너무 빠르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