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은 어떻게 패턴이 되었는가
이 단락이 번역가들에게 hell을 안겨준 이유는 또 있다. 성공적인 번역문조차도 여전히 ‘주절대는’ 느낌이 들 것이다.
No-Gatsby turned out all right at the end; it is what preyed on Gatsby, what foul dust floated in the wake of his dreams that temporarily closed out my interest in the abortive sorrows and short-winded elations of men.
abortive sorrows, short-winded elations 이 두 표현이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념을 확실히 알고 옮긴 건지, 화자 닉의 어조를 파악하고 있는지, 피츠제랄드의 문체를 어떻게 왜곡하는지, 두 표현이 문장 읽기를 돕는지, 방해하는지 판단해 볼 수 있는 예. 한마디로, 번역가의 센스와 원문 읽는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리트머스다.
일단 의미
abortive sorrows 발달되다 만 슬픔, 즉 적당히 슬퍼하다 관둔 슬픔, 보여주기식 슬픔, 가식적 슬픔
short-winded elations 짧게 휙 솟아오르고 가라앉는 환희, 나타나자 사라지는 환희, 허무한 환희
번역 포인트
1. 단어의 의미, 개념
2. 의미가 완전하지 않더라도 ‘닉의 지침, 염증, 혐오’만 표현해도 반 이상 성공. 인간의 일반적 감정이 아니라 닉이 조소하는 감정.
긍정적 감정 X
중립적 감정 X
부정적 감정 ⭕️
3. 문장 안에 잘 녹아 있는가, 억지로 쥐어짰는가.
이제 그 대환장 파티 속으로

• 김ㅇㅇ 번역 (ㅁ출판사, 2003년)
아련하고 시적이긴 하나, 닉의 ‘혐오감’이 전혀 안 느껴진다.
• 김ㅇㅇ 번역 (ㅇ출판사, 2013년)
양호한 편이지만 모호
• 김ㅇㅇ (ㅁ출판사, 2009년)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가독성’은 ‘난해함’을 제거해서 생긴 기독성이 아니라, ‘피츠제럴드’를 제거해서 생긴 가독성이다. 의미도 전혀 맞지 않는다.
• 황ㅇㅇ 번역 (ㅎ출판사, 2025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 이ㅇㅇ 번역 (ㄷ출판사, 2012년)
abortive와 short-winded 를 과감하게(?) 빼버림.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느니 말은 되게 하자 결심한 것 같다. 번역가로서 안전한 길을 선택한 셈이지만 동시에 번역가의 의무도 저버린 셈.
이ㅇㅇ 번역 (ㅎ출판사, 2024년)
short-winded를 영한사전 한글뜻 대응해서 ‘숨 가쁜’, ‘숨찬’으로 옮기면 의미가 어긋나게 된다. 긍정적 의미가 돼버린다. 숨이 짧은 환희, 즉 금방 솟아올랐다 사라지는 환희. 허무한 환희. 의미 없는 환희. 이런 느낌이어야 한다.
김ㅇㅇ 번역 (ㅇ출판사, 2011년)
뜻도, 닉의 혐오도 와닿지 않는다.
이ㅇㅇ 번역(ㅅ출판사, 2017년)
번역자들이 short-winded에서 고생하는 건 이해하는데 elation에서 전전긍긍해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의기양양이라니. 무엇을 말하는 문장인지, 의도 자체를 모르고 한 번역.
황ㅇㅇ (ㄷ출판사, 2018년)
잘 된 번역. ‘환멸을 느끼게 한 것은’과 이어져 결이 한층 단단해지니 편하게 읽힌다.
유ㅇㅇ 번역 (ㅌ출판사, 2003년)
‘숨넘어갈 듯한 즐거움’. 역시 의도 파악을 못한 번역
고ㅇㅇ 번역 (ㅇ출판사, 2022년)
‘숨 가쁜 자만’은 뭘까요. 어떤 걸 숨 가쁜 자만이라고 하나요?
오해 마시라. 개츠비는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인간의 서 푼짜리 비애와 일회성 환희에서 한동안 관심을 거둔 것은, 개츠비를 갉아먹은 바로 그것, 그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다니던 그 더러운 먼지 때문이었을 뿐이다.
38종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비슷하게 알 수 없는 말들의 나열.
안ㅇㅇ (ㅅ출판사, 2018년)
불가피한 슬픔 / 갑작스러운 기쁨
(ㅎㅎ)
방ㅇㅇ (ㅊ출판사, 2001년)
슬픔은 도중에 사라져 버리고 모두가 숨이 차도록
의기양양해 있는 속에서
( …너무해.. )
유ㅇㅇ (ㅂ출판사, 2011년)
끝까지 슬퍼하지도 못하고 숨 가쁘게 의기양양해하는
(의미도 불분명한 말을 길게 늘어놓으니까 ‘뭐라는 거야’가 되는 것)
박ㅇㅇ (ㅍ출판사, 2013년)
설익은 슬픔 / 덧없는 우쭐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ㅇㅇ (ㅂ출판사, 2020년)
사람들이 하는 슬픔은 부질없고 환희는 짧기만 했다.
(“가독성”을 위해 문장 구조를 해체한 건 알겠다. 그 시도가 효과가 있으려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해야 한다. 두리뭉실 이해한 게 들통날 뿐. 다른 소설 속 다른 얘기 하는 느낌)
서ㅇㅇ (ㅅ출판사, 2013년)
대단치 않은 슬픔 / 숨 막힐 정도로 우쭐거리는 모습
(‘숨 막힐 정도로 우쭐거리는 모습’은 뭡니까ㅋㅋㅋ)
송ㅇㅇ (ㅅ출판사, 2013년)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기쁨에 젖어 들떠 있는 모습
(이렇게 ‘설명’을 하면 망한 것)
오ㅇㅇ (ㅇ출판사, 2007년)
일시적인 슬픔 / 단발적인 우쭐함
(‘단발적인 우쭐함’ 상상해보려 해도 되지 않는다)
안ㅇㅇ (ㅂ출판사, 2023년)
큰 슬픔 / 기쁨
(에라 abortive, short-winded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팽개쳤음)
김ㅇㅇ (ㅊ출판사, 2019년)
어설픈 슬픔 / 조급한 기고만장
(‘조급한 기고만장’이라…)
최ㅇㅇ (ㅇ출판사, 2013년)
숨 가쁜 희망 / 행복
(막 던지기)
- 5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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