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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 브라질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바로미터

글/사진 김성현

by 김성현 JOSEPH

브라질은 남미에서 제일 큰 나라이면서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나라이다. 남미 대륙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남미 대륙 13개국 중 브라질과 국경을 접하지 않는 나라는 칠레와 에콰도르뿐이다. 해안선의 길이만 7,491㎞에 달한다고 하니 그 위용이 대단하다. 수도는 연방특구인 ‘브라질리아(Brasilia)’이며 26개주, 4,900여 개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언어는 남미에서 독특하게 브라질만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1500년, 포르투갈 사람 카브랄이 이 땅에 첫발을 디딘 후 30년이 지난 1531년 식민통치가 시작되었고, 약 300년 후인 1822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다. 한 사람의 발자국이 남긴 상흔의 무게가 얼마나 오래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20세기 초에는 세계 10대 강국에 속할 정도로 국력이 막강했고,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이민자들에게는 우러러 보이는 선진국이었지만, 2017년 현재 브라질은 많은 부분에서 1970년대에 멈춘 듯한 인상을 준다.

한국과 브라질은 모든 면에서 반대다. 우리나라가 겨울이면 여기는 여름이다. 시차도 12시간으로 한국이 12시간 빠르다. 물이 내려갈 때 소용돌이 방향도, 청소할 때 방향도, 문을 열고 닫는 방향도, 숫자를 세는 손가락 모양도(한국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면서 세지만 브라질은 손가락을 하나씩 펴면서 센다.) 반대다. 한국은 팥을 차갑게 하여 달게 먹지만(팥빙수) 브라질은 팥을 스프로 뜨겁고 짜게 해서 먹는다.

무엇보다 빠름의 대명사인 한국과 느림의 대명사인 브라질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런데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지금 브라질 젊은이들은 K-POP과 한류에 열광하고 있고, 음식과 언어, 문화에 관심을 갖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브라질하면 떠오르는 3가지!

축구, 카니발, 커피

축구(Futebol) - 브라질은 세계가 인정하는 축구의 나라다. 브라질 사람들은 누구나 축구를 사랑하며 공터만 있으면 맨발도 상관없이 축구 경기를 즐긴다. 개인기와 감각적 골 터치, 패스가 굉장히 뛰어나다. 축구에 열광하는 나라인지라 누구나 자신의 팀이 있을 정도이고, 빅 매치가 있는 날에는 어디서나 응원의 함성이 터져 나온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축구 선수로는 축구 황제 펠레, FIFA 회장을 역임했던 조앙 아벨란제 등이 있다. 브라질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1962년 칠레 월드컵, 1970년 멕시코 월드컵, 1994년 미국 월드컵, 2002년 한일 월드컵 등 총 5번의 월드컵 우승으로 자타 공인 세계 축구 최강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인 2세들도 매년 한인 교회들을 중심으로 축구대회가 열리는데, 공을 다루는 기술과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카나발(Carnaval) - 브라질의 카나발 축제는 보통 2월 중에 열린다. 사순절 시작 전의 3일 동안 술과 고기, 춤 등으로 잔치를 열었던 것에서 출발했다. 브라질 카나발 퍼레이드는 이틀 동안 밤 10시 정도부터 새벽 5시까지 진행되는데, 한 팀당 한 시간의 공연 시간이 주어진다. 보통 팀당 팀원이 4천 명에서 많게는 5천 명이나 된다. 대부분 자원하여 팀에 들어가고, 자비를 들여 연습하고 복장을 준비하며, 한 번의 카나발 공연을 위해 연봉을 털어 넣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파울루 카나발 경기장은 한인들이 사는 봉헤지로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매년 경기 시작 3달 전부터 주말마다 새벽까지 연습하는 소리로 잠을 설칠 정도이다. 각 팀마다 스토리 라인과 구성, 팀워크는 필수이다. 카나발은 공연이 아닌 경연이기 때문에 거리에서 퍼레이드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카나발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입장권 가격은 경기장 입구 쪽(출발 지점)이 가장 싸고 뒤로 갈수록 비싸진다.


카나발 퍼레이드는 모든 요소마다 점수가 부여되는데, 예를 들어 팀원 한 사람이라도 노래를 안 따라 부른다거나, 무대 의상과 소품의 디테일이 떨어지거나, 팀마다 청소를 담당하는 팀이 따라붙는데 깨끗이 청소 안 하고 지나가면 감점을 당한다. 우승팀에게는 챔피언 트로피가 주어지고, 폐회식 때 앙코르 공연을 통해 1년의 노력과 수고를 자축한다.

커피(Cafe) - "커피는 악마처럼 검어야 하고, 지옥처럼 뜨거워야 하며, 천사처럼 순수해야 하고, 사랑처럼 달콤해야 한다." 이 말은 커피 생산 1위이자 소비 2위인 브라질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1800년대 초에 등장한 커피는 브라질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이 되었다. 특히 상파울루 주의 토양이 커피 농사에 적합하여 상파울루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커피이다.


현재 세계 커피 원두 생산 1위는 브라질이다. 그 뒤에서 베트남과 콜롬비아가 추격하고 있다. 브라질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대단해서 더운 날에도 항상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순수한 커피 맛과 향을 즐긴다. 또 브라질 사람들에게 커피는 식사의 일부처럼 식사 후 반드시 마시는 음료이기도 하다.

특히 손님을 맞이할 때는 환대의 의미로 카페징요(Cafezinho)를 대접하는데, 이것은 주전자에 물과 설탕을 넣고 끓인 물에 커피 원두가루를 넣고 잘 저은 뒤 여과시켜 마시는 브라질의 가장 서민적이고 기본적인 커피다. 이 달콤한 블랙커피를 하루에 보통 10잔 이상 마신다고 하니, 브라질 사람들의 커피 사랑, 알만하다.


​봉지아(좋은 아침) 상파울루

상파울루(Sao Paulo)는 해발 800m에 위치한 거대한 분지다. 그래서인지 이민 온 지 3~4달까지는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해결 방법은 진통제를 먹는 것이 아니라 주말에 상파울루에서 120㎞ 떨어진 산토스 항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현재 상파울루 인구는 약 2,000만 명이며 남미 최대 도시이다.


상파울루에는 포르투갈, 에스파냐, 독일, 이탈리아, 동유럽, 일본, 중국,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인종이 각각 뚜렷한 거주 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럽 출신으로는 이탈리아계 주민이 가장 많고, 동양 출신으로는 일본계가 가장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이민 역사는 1908년에 시작되어 110년을 향하고 있고, 이민자가 110만 명으로 일본 본토 다음으로 많은 일본 사람들이 살고 있다.

브라질에서 일본 사람들은 성실하고 조용하며 정직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어서 한국 이민자들이 이민 와서 정착하는 중에 적잖은 수해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중국계가 너무 많아져 동양인에 대한 인식에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상파울루에서 동양인으로 살면서 단 한 번도 인종차별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좋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상파울루도 여타 대도시들처럼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빈부 격차와 치안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자료를 인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신문을 보면, 거의 매일 심각한 치안 관련 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이런 사건 사고만 모아서 방송하는 독립 채널이 있을 정도이니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교도소 내에서의 폭동과 탈주 등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헬리콥터를 이용한 탈출 사건, 대낮 중심 대로에서 날치기나 자동차 강도 사건이 빈번이 발생하고 있다. 필자도 야간에 거리를 걷거나 자동차를 운행할 때마다 불안감을 떨칠 수 없지만, 강도들도 사람들을 골라 범행을 하기에 조심하고 경계를 풀지 않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파벨라(favela)의 꿈

공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길가나 도심 외곽에 한국의 달동네에 해당하는 빈민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는 ‘파벨라’라고 부른다. 상파울루에는 벽돌과 나무로 얼기설기 지은 오두막 같은 작은 집들이 빼곡히 들어찬 빈민가가 산자락부터 산등성이를 타고 산 전체를 둘러싸 밀집해 있다. 파벨라는 대도시 지역의 빈민가로,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든 빈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마약 소굴, 범죄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빈민들에게는 더없이 따뜻한 보금자리이다. 이들은 돈이 생기면 벽돌 몇 장을 사서 조금씩 집을 지어간다. 파벨라 내에서도 소득 격차가 뚜렷한데, 지상에 가까울수록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 산다.

브라질 전체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이 대도시 안팎의 파벨라에 거주하고 있다. 일부 파벨라는 가난뿐 아니라 범죄라는 고리에 묶여 있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파벨라에는 생기가 넘친다. 그곳에도 꿈꾸는 사람들이 있고, 성실한 사람들이 있으며, 예배하는 사람들도 있다. 펠레, 히바우두, 네이마르 등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이 파벨라 출신으로 꿈을 이룬 사람들이다. 전 대통령 룰라도 파벨라 출신이다.


얼마 전 두 젊은 화가들이 ‘파벨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한 파벨라를 찾아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꿈을 그렸다. 벽화를 그리는 것으로 도대체 어떻게 가난과 범죄를 해결할 수 있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프로젝트 후 조금씩 범죄율이 줄어들었다. 아이들 손에 마약이나 무기 대신 연필이 쥐어지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봉헤찌로(좋은 휴식처)가 영혼의 휴식처로

우리 교민이 브라질에 이민 온 지 50년이 넘었지만 아시아계 이민자로는 역사가 가장 짧다. 교민 수는 일본, 중국 다음으로 약 5만 명 정도이다. 최근 3년 동안 브라질 경기가 너무 침체되어 역 이민과 재 이민을 가는 사람들이 있어 교민 수가 줄어들고 있다.


봉헤찌로는 그리스, 아르메니아,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마을을 세워 살았고, 그 후 유대인이 터를 잡아 상권을 일으켰고, 1980년대 이후에는 우리 교민들이 자립하면서 봉헤찌로 상권을 80% 이상 차지하여 남미 패션의 메카인 봉헤찌로 패션 타운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1990년경까지는 우리 교민의 90% 이상이 의류 관련 업종에서 일하였으나 지금은 각계각층 여러 분야에 진출하여 브라질 사회에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다.

꼬레아 타운은 2010년에 상파울루시의 인가로 지정되었고 봉헤찌로는 최고급 여성 의류로 상파울루 최신 유행과 패션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덤핑 의류들과 저가 의류 부자재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한국인 밑에서 일하던 볼리비아 사람들이 독립해 저가 시장을 흡수하면서 한인 상가들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


정치․경제적 비리와 문제들로 인해 한인들의 경기는 가장 어려운 때를 지나고 있는데, 브라질 이민 56년 만에 가장 큰 경기 침체에 직면한 이민사회는 많이 흔들리는 중이다. 많은 가게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고, 빈 가게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전례 없는 경제적 위기 속에서 흔들리는 가정과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바라기는 이 경제적 기근을 통해 한인 사회의 경제적 지경이 다각화되고, 경제적 성공을 넘어 영적인 부요함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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