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만나는 여행] 조호바루에서의 고요한 실험

#3.여행 속의 여행, 싱가포르와 말라카

by 온셀OnCeLL

01. 포기하지 않는 마음, 싱가포르 당일치기

일상 같은 한달살기 속에 던져진 여행 속의 여행은 자칫 익숙해질 뻔한 일상에 다시 한번 강렬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아이 셋과 친정엄마를 모시고 감행한 싱가포르 당일치기는 이번 한달살기의 최대 미션이었다.


센토사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지구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실로소 비치의 뜨거운 모래를 밟았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아이들은 바다로 뛰어들었고, 나는 돗자리에 누워 이제야 여행 온 기분을 냈다. 체력이 바닥날 즈음, 마지막 코스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로 향했다. 5분 늦게 도착해 숨을 헐떡이는 내게 둘째와 셋째가 말했다. "엄마, 포기하면 안 돼! 끝까지 해보자!" 그 말에 힘을 내어 뛰어간 우리 앞에 거대한 슈퍼트리 쇼의 불빛이 쏟아졌다. 쬐그만 애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엄마를 북돋으면서 데리고 가니까 숨은 못 쉬겠는데, 너무 웃겨서 요상한 표정으로 막판까지 뛰었던 기억. 덕분에 트리 밑에 누워 쏟아지는 불빛과 음악을 감상할 때, 우리는 고난을 함께 넘긴 탐험대가 되어 있었다.


02. 역사와 낭만이 공존하는 말라카 투어

조호바루에서 차로 2시간 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말라카로 향했다. 붉은 건물이 인상적인 네덜란드 광장과 세인트폴 성당을 거닐며 침략의 역사를 관광의 낭만으로 바꾼 이 도시의 생명력에 놀랐다.


존커 스트리트의 야시장에서 망고주스를 마시고, 리버 크루즈를 타며 강바람을 맞던 순간은 이번 여행 중 가장 로맨틱한 기억이다. 기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말레이시아의 다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시간은 단순히 보는 관광을 넘어 이 땅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03. 새로운 자극이 주는 에너지

싱가포르의 화려한 도시미와 말라카의 낡고 붉은 골목들은 한달살기의 지루함을 밀어내기에 충분했다. "왜 조호바루로 돌아가는데 집에 가는 기분이 들지?"라던 아이의 말처럼, 짧은 외출 끝에 돌아온 숙소는 이제 우리에게 안식처가 되어 있었다.


이번 여행 중의 여행은 나에게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새로운 자극은 일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의 소중함을 선명하게 각인시킨다는 것을.

Gemini_Generated_Image_l11pt6l11pt6l11p.png 싱가포르와 말라카 당일치기


[여담: 사실은 이렇습니다]

싱가포르의 살인적인 물가를 경험한 뒤, 아이들은 조호바루에 도착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센토사에서 밥 한 끼 제대로 못 사 먹고(아니, 안 사 먹고) 버티다 숙소에 와서 라면을 끓였을 때, 둘째가 말했다. "엄마, 싱가포르는 관광하기 좋은 나라고, 조호바루는 먹고 살기 좋은 나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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