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만나는 여행] 조호바루에서의 고요한 실험

#4.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법

by 온셀OnCeLL

01. 망고 고르기 달인이 된 아이들

한 달이 끝날 무렵, 우리 가족은 조호바루의 풍경 속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첫째와 막내는 "1일 1망고"를 실천하며 망고 고르기 달인이 되었고, 아들은 "말레이시아가 치킨을 참 잘하네"라며 현지 치킨의 매력에 빠졌다.


한국에선 각자의 스케줄로 바빠 대화조차 힘들었던 남매들이 수영장에서 깔깔거리며 수영 시합을 하고, 할머니의 된장찌개에 엄지를 치켜세우는 풍경. 이 느슨하고 따뜻한 유대가 바로 내가 그토록 찾던 '지루함을 이기는 힘'이었음을 깨닫는다.


02. 여행자의 시선으로 다시 만난 나의 집

다시 돌아온 인천공항의 눈 덮인 풍경은 낯설었지만, 내 안에는 한 달간 채워온 따뜻한 에너지가 가득했다.

재밌는 건,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나의 한달살기는 끝나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늘 무심히 지나치던 동네 마트가 낯선 탐험지처럼 다가온다. "내가 여기 잠시 머물다 갈 여행자라면?"이라는 가정을 해보니, 매일 보던 진열장의 우유도, 계산대 직원의 인사도 평소와는 전혀 다른 질감으로 읽혔다.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한국의 일상이 조호바루에서의 생활처럼 신선한 자극으로 치환되는 경험. 나라는 사람은 역시 멈춰있기보다 이렇게 계속해서 나만의 세계를 확장하고 관점을 바꿀 때 비로소 숨을 쉰다.


03. 안녕, 조호바루! 다시 일상으로

집에 오자마자 아이들은 수돗물 양치를 어색해하고, 나는 깜빡이 대신 와이퍼를 켜며 헛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이 어색함이야말로 내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 더 즐거웠고, 변수 덕분에 우리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한 달.


이제 나는 안다. 지루함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내 시선의 문제라는 것을. 조호바루에서 나시르막 한 접시에 행복해하던 그 여행자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나의 매일은 어디에서든 '한달살기' 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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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사실은 이렇습니다]

한달살기를 마치고 돌아온 뒤, 아이들에게 다음 여행지를 물었다. 대답은 한결같았다. "엄마, 다음부터 여행 갈 때 어학원은 절대 금지야!"


나에게는 규칙적인 오전 일정을 위한 신의 한 수였던 어학원이, 아이들에겐 여행의 설렘을 방해하는 가장 거대한 장벽이었나 보다. 어학원 문 앞에서 츤데레처럼 서로를 챙기며 들어가던 뒷모습이 사실은 "얼른 끝내고 수영장 가자"는 비장한 결의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얘들아, 다음엔 어학원 없는 여행... 진짜 고민해 볼게.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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