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치과진료가 매우 일찍 끝나 성당 대모님에게 전화를 드려 미리 약속시간보다 일찍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 흔쾌히 수락을 하셨고 자신도 오랜만에 강남역 구경을 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파스타집은 치과에서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였다. 네이버 지도를 볼 줄 몰라 걱정했는데 언덕을 조금 오르니 금방 가게가 보였다. 이층으로 올라가 창가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가운데 위치한 반짝이는 트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로 카메라 촬영을 하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담아냈다. 20분이 흘렀을까, 대모님이 도착하고 우리는 그동안 못다 한 회포를 맘껏 풀었다. 대모님은 나보다 나이가 세 살 어리다. 나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다. 보통 대모님은 나이가 점잖은 어머니 또래분이시지만 세례를 받을 때 주변 가톨릭 신자가 전혀 없었던지라 원장 수녀님이 특별히 부탁을 해주셨다고 한다. 우리의 첫 만남은 매우 어색했지만 세례를 받은 날 단둘이 밥을 먹고 카페를 가며 마음을 터놓은 이후로 관계가 많이 돈독해졌다. 우리는 파스타, 스테이크, 옥수수 뇨끼, 콜라를 앞에 두고 즐겁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다. 성당에서 봉사를 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도 인간관계에 부딪히며 마음고생도 하게 되고 속앓이를 하게 된다. 결이 맞지 않거나 속 썩이는 단원들도 만나게 된다. 나는 성가대, 대모님은 전례단 활동을 하고 있다. 신앙생활 속에서도 수많은 경계들을 만나고 몸이 힘들 때도 있지만 그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우리는 서로를 통해 바라보았다. 대모님은 올해 여름 대상포진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전례단 봉사를 꾸준히 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주님을 사랑하고 신앙심이 정말 깊다는 면모를 보았다. 나도 저렇게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한편에 의문도 들었다. 보통 다른 친구들의 대화랑은 다르게 대모님은 좀 더 순수하시고 마음이 투명하셨다. 덩달아 대화를 나누며 마음이 정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함께 첫눈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었다. 식당을 나오니 눈은 수북이 쌓여있었다. 머리와 얼굴, 팔에 쌓인 눈송이들을 털며 소품샵을 향해 걸어갔다. 비록 날씨는 매우 춥고 바닥은 미끄러웠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장작불이었다. 대모님이 마음에 들어 하는 작은 커플 키링 두 개를 구매했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 네 컷 두 장도 덩달아 찍었다. 서로 손하트를 하고 브이자 동작을 하며 즐겁게 촬영을 하니 동심으로 돌아가며 마음이 순수해졌다. 행복은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과 대화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근처 스타벅스에 들러 곰돌이 모양의 생크림 케이크 하나를 가운데 놓고 서로 나눠먹으며 라테와 아아와 함께 2차 수다를 떨었다. 각자 직장 생활에서의 고충, 에피소드, 연애상담, 정치 이야기, 반려견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10시가 훌쩍 넘어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대모님을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올 때까지 같이 기다려 주었다. 8분이면 도착한다는 버스가 3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우리는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모든게 마비였다. 폭설로 인해 도로 교통상황이 마비가 되었다. 바지 안으로 들어오는 매서운 칼바람으로 허벅지 안쪽이 애리고 감각이 둔해졌다. 어깨를 계속 움츠리고 있으니 어깨도 아프고 몸이 바르르 떨렸다. 나는 겨울이 제일 싫다며 집에서 샤워를 할 때도 춥고 장판을 틀어도 추우니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자 대모님도 맞장구를 쳐주었다. 우리는 결국 버스를 포기하고 전철역을 향해 걸어갔다. 서로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 안전히 집으로 돌아왔다. 누구와 대화를 나누고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느냐에 따라서 나의 기분과 감정 상태가 달라진다. 나는 특히나 주변 환경, 사람들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터라 부정적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온 날에는 기가 빨리고 자기 전까지 찝찝한 기분이 들곤 한다. 그러나 오늘처럼 순수하고 결이 맞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온 날에는 자기 전 마음에 걸리는 것도 없고 편하게 잠들 수 있다. 앞으로 계속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많이 두는 인생 여정이 되길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먼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수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