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마무리하며>

by 진다르크

12월 초쯤 서울주보(가톨릭신문)을 보다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예술의 전당에서 파리나무 십자가 소년 합창단 공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딱히 연말 계획도 없고 혼자 집에서 보낼 예정이었던 터라 이참에 공연을 보며 외로움을 달래야겠다는 마음으로 예매를 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은 주말이었고 공연은 전석 매진이었으며 공연장 바깥은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공연 10분 전 나는 미리 입장하기 위해 나의 좌석을 찾고 있었다. 나의 자리 위치는 3층 앞줄 안쪽 구석에 있었다.


그런데 바깥에 앉아있던 여성이 내가 서있는 걸 알면서도 다리를 비켜주지 않고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니 사람이 들어가는데 좀 비켜주는 시늉이라도 해줘야지. 뭐야 정말 배려가 참 없네' 나는 생각을 속으로 삼키며 자리에 앉았다.


1부의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의 기립박수와 함께 15분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내 옆에 다른 여성이 아까 내 자리를 비켜주지 않던 여성에게 큰소리로 명령조 말투로 말을 걸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모녀지간인 듯해 보였다. '엄마가 딸에게 자상하지 못한 태도로 대하네. 그러고 보니 공연 내내 조는 것 같던데'라고 생각한 후 나는 스마트폰을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다시 고개를 돌려 아까 처음 본 여성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나는 알아챘다. 그녀는 바로 시각장애인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공연 내내 졸려서 자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나의 자리를 고의적으로 비켜주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으며 엄마로 보이는 여성은 딸을 배려하는 차원으로 큰 목소리로 말했던 것이다. 순간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며 마음이 숙연해졌다.


2부의 공연이 끝나고 여러 번의 앙코르 공연과 더불어 사람들의 큰 함성과 기립박수로 공연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은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여 나 홀로 성당을 방문하였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자들 속에서 2층에 있는 성가대 청년들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미사가 끝난 후 수녀님이 나누어주신 따뜻한 백설기 떡과 경건한 신부님의 말씀 덕분에 마음이 따스해진 하루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성당 앞에 놓여진 커다란 소원트리를 바라보며 감탄과 함께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올해에도 나 자신에게 고생했다며 토닥여 주고 싶다. "영진아 올 한 해도 고생 많았어. 수고했다. 그동안 잘 버텨줘서 고마워"


생각해 보니 18살의 영진이와 30살의 영진이가 잘 버텨줬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에 나 자신이 기특해지며 동시에 안쓰러워졌다.


또한 새해에도 모든 이들이 주님의 은총과 함께 평온하고 충만한 새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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