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게으름을 피우며 다소 늦게 일어난 오후 기상. 평소 루틴대로 냉장고를 열어 두유를 손에 들고 빨대를 꽂아 멍하니 반려견 팝콘이를 바라보며 마신다. 30분이 흘렀을까. 무음의 문자가 왔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독립서점이 곧 문을 닫을 예정이니 적립된 포인트는 추후 1호점 선릉점으로 이관해 놓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4년 전 역삼역 근처로 이사를 왔고 역 앞에 위치한 높고 화려한 빌딩은 나를 자연스럽게 안으로 이끌게 만들었다. 그 후 빌딩 내부에 있는 식당과 은행을 종종 방문하게 되면서 1층에 책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방은 입구부터 조화로운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늘 환한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를 가지신 사장님은 타인의 마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셨다. 그리하여 2020년부터 이곳 독립서점에서 열리는 북토크에 방문하게 되었고 덕분에 다양한 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소설가라는 나의 꿈이 더 풍요로워졌다.
"문자 보자마자 부랴부랴 달려왔어요 7시까지라고 적혀있는데 아직 안 늦었죠?"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은 여전히 따뜻한 미소로 계산대에서 나를 반겨주셨다.
"이거 너무 서운해서 어떡해요. 그동안 이 책방에 좋은 추억들이 너무 많았어요. 덕분에 좋은 작가님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사장님이 늘 기분 좋게 맞이해주셔서 너무 좋았는데..." 나는 말끝을 흐리며 책방을 둘러보았다.
사장님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이렇게 되었네요. 북토크때마다 작가라는 꿈 이야기를 늘 하셨던 기억이 나요."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오 그 말을 기억하시네요."라고 말했다. 사장님은 "어유, 그럼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으셨다.
"미래에 이곳 책방에서 제가 독자들과 북토크 하는 상상을 자주 했었는데 제가 쓴 책이 언젠가 책방에 꽂혀질 날이 오겠죠?"라고 내가 말을 마치자 사장님은 "당연하죠. 그렇게 꼭 되실 거예요."라며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셨다.
마지막으로 책방을 방문한다는 사실에 나는 씁쓸한 마음을 가지며 평소보다 더 자세히 책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환한 미소를 가진 사장님의 모습도 이제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나를 더 속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평소보다 더 많이 구매하고 싶었고 많이 구매해서 사장님을 마지막까지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산문집과 소설책까지 총 5권의 책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을 마친 후 "사장님 건강하세요. 잘 지내세요."라며 나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상냥한 사장님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나는 책방을 나왔다. 마지막까지 이곳 책방은 나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그동안 책방이 가져다주었던 평온함, 종이책의 냄새와 질감, 온화한 미소로 늘 맞아주셨던 친절한 사장님, 다양한 작가들을 만났던 경험, 그리고 작가라는 나의 꿈을 펼칠 수 있었던 이 공간을 나는 오랫동안 그리워할 것 같다.
이 책방처럼 모든 사람들이 평온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