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도 여행에서 요가원을 갔다 온 이후로 집에서 요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몇 년 전 열반하셨던 법정 스님의 말씀을 유튜브로 틀어놓고 라디오 삼아 요가를 하였다.
스님은 남은 또 다른 나이므로 서로 돕고 살라고 하셨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 쓰는 기쁨도 좋지만 남을 위해 친절을 베푸는 기쁨도 크다. 얼마 전 제주도 여행에서 지인들에게 과자선물을 손편지와 함께 주었는데 그게 뭐라고, 다들 고맙다고 기뻐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아, 좀 더 비싸고 좋은 거 사다 줄걸. 더 많이 선물해 줄걸. 아쉬움이 남았다.
올해 추운 겨울, 탄핵반대 집회에서 만난 애국자분들이 과자, 초콜릿, 은박지 담요, 그리고 손수 만든 주먹밥을 애국자분들에게 나눠주셨을 때 얼마나 고맙고 감동스러웠는지. 그래서 아직도 나에게 건네주신 장갑, 목도리, 은박지 담요를 가지고 있다. 할머니 한 분께서 자신이 끼고 있던 짙은 보라색 가죽 장갑 한쪽을 벗으시더니 젊은 청년이 나와줘서 고맙다며 내 한 손에 장갑을 쥐어주셨다. 연신 괜찮다고 한사코 거부했는데도 뭐라도 드리고 싶으셨나 보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나도 견과류 간식, 음료수, 에너지바 등을 손편지와 함께 애국자분들에게 나눠드리기 시작했다. 얼마 안 되는 간식들이었지만 헌법재판소 앞에서 연신 고맙다며 인사해 주시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다 우리 아버지 연배로 보이신 분들이셨다. 정말 추운 겨울이었는데,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나에게 왜 이렇게 옷을 얇고 있고 왔냐며 걱정의 눈빛을 보내주셨고 내 태극기가 멋지다며 흔드시거나 사진을 찍기도 하셨다. 우리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아서 늘 할아버지들에게 더 마음이 가곤 한다.
타인에게 친절과 사랑을 베푸는 기쁨은 참으로 크다. 종종 외롭고 혼자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 난 혼자가 아니구나. 우리 모두는 다 이어졌다고 느끼게 된다.
법정 스님은 탐욕을 멀리하고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신다. 그런데 말처럼 현대사회에서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무소유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나름 다행인 건 나는 물욕이 적은 편이고 상대방에게 시기, 질투심을 느끼기보다는 그 사람의 장점, 칭찬을 많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마음도 곧 습관이기 때문이다. 꾸준한 마음공부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
법정 스님은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 충만하게 그리고 늘 깨어있으라고 하신다. 내일은 없고 그냥 늘 지금이라고.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의 안정이라고. 종종 내가 아프리카에 가서 봉사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하는데 꼭 그런 거창한 것만이 복 짓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상생활 속에서 이웃들에게 그리고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미소를 베풀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복을 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불교에서도 우리 모두는 다 부처이며 우리 마음속에는 부처님이 다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수많은 경계와 유혹들, 그리고 삐뚤어진 마음의 습관으로 인해 나만의 부처님을 못 찾고 있는 건 아닌 건지. 오늘 하루도 내가 동료와 이웃들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넸는지 돌아보게 된다.
더불어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는다는 말을 실감한 적이 있다. 바로 어제 일이다. 나는 단지 스케일링만 하려고 치과를 방문하였는데 10년 전에 교정했던게그 사이에 치아가 벌어졌고 그로 인해 교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생각지도 못한 목돈이 나가게 되었고 2년 동안 다시 고생해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올라왔다. 심지어 한 끼도 못 먹은 상태에서 5시간 동안 입을 벌리고 진료를 받고 있으니 골이 울리고 더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며칠 내내 앓고 있던 오한기까지 겹쳐서 더 짜증스럽고 너무 힘이 들었다. 부드러운 치위생사의 말에도 퉁명스럽게 대했다. 너덜너덜 해지고 진이 빨린 상태로 폭우를 뚫고 집에 도착한 뒤 저녁밥을 먹었다. 그리고 개운하게 씻으니 컨디션이 다시 괜찮아졌다. 그러니 평소에 잠을 잘 자고 음식도 잘 챙겨 먹고 아프지 않게 운동도 해야 내 마음도 여유로워진다는 것을 다시 실감하였다.
그리고 얼마 전 지하철 5호선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난 뉴스를 보았다. 그로 인해 6명이 상해를 입었고 대피하던 시민들 중, 미처 벗겨진 신발을 제대로 신지 못한 분도 계셨다. 다들 구석에서 문이 열리기까지 기다린 그 시간이 얼마나 애가 타고 두려웠을지. 끔찍하고 개탄스러웠다. 만약 내가 저 전철 안에 있었더라면, 내가 상해를 입었더라면, 내 친구들이 저기에 있었더라면.
오늘 별 탈 없이 하루가 끝나고 지금 이렇게 평온하게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법정 스님의 말처럼 하루하루 후회 없이 충만하고 즐겁게 살도록 수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