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큰 구멍에 대하여
따뜻한 햇살 아래
처마 마루 밑 작은 소반 위에 있는
꽃 한송이를 키워낸다
매일매일을 바라보고
물을 주고 흙을 갈아주고
이 작고 연약한 존재가 스스로 자기 꽃을 피워낼 수 있도록
모든 돌봄과 바라봄을 건내준다
시간이 지나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고
하나 둘 주변 이웃 꽃송이가 피워지는 날
내가 늘 돌보고 바라보던 꽃 한 송이도
어느덧 멋진 꽃을 피워냈다.
이 한순간을 위해 나의 모든 것들을 쏟아냈지만
이상하리만큼, 내 가슴은
공허함만이 채워지고 있었다
꽃을 피워낸 건 이 작은 존재
나는 그저 이 존재를 위해서 나의 것을 건내주었을 뿐
꽃 한송이인 너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이다지도 떨리는데
점점 내 가슴이 공허해지는 것은 왜일까
넌 이제 떠나가겠지
꽃잎이 떨어지고 씨앗을 피워내면
그 씨앗을 바람 위에 얹어올려
세상 어딘가로 멀리멀리 날아가겠지
너가 날아간 그 자리
내 마음속엔
비어있는 공허한 구멍만이 존재한다는걸
너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눈부시게 아름다운 색으로
너의 꽃을 피워내고 있겠지
행복이라 하기엔 내 마음이 아파오고
슬픔이라 하기엔 너에게 너무 좋은 일들인데
내가 떠나는 너를 보며 슬퍼하면
네가 얹어져 날아갈 바람을 내가 막게 되는거겠지
네가 행복하려면 채워지지 않을 공허한 구멍은
너를 돌보았던 내 손으로 막아 너에게 들키지 않고
그렇게 멀리멀리 떠나갈 너를 배웅해줘야겠지
그래, 그래야겠지
이 공허한 가슴은 내 몫으로 새겨놓은 채
너의 떠나갈 길을 바라봐줘야겠지
prompt: A pastel-tone illustration depicting a small flower blooming on a delicate wooden table under soft sunlight. The scene captures the intimacy of care, with hands gently tending to the flower, symbolizing nurturing and love. In the background, faint silhouettes of other blooming flowers and drifting seeds convey a sense of time and departure. The overall composition reflects both joy and a bittersweet longing, with warm pastel colors emphasizing tenderness, growth, and the inevitable journey of letting go. --ar 4:3 --v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