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주한 것들

새로움에 대하여

by 우주

새로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설레기도 하고 괜시리 눈에 밟히고

손으로 잡아보고 인사를 건내고 싶은 들뜬 감정이 느껴져요.

새로 산 신발, 처음 가는 레스토랑, 친구와의 첫 만남,

한번도 먹어본 적 없었던 이름 모를 초콜릿의 달콤함과

골목 어귀 숨어있던 카페의 시그니쳐 라떼

가던 길 발에 채이던 처음 마주친 꽃 한송이와

첫눈 오던 날, 길거리에서 마주친 눈사람 가족까지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만나고,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에 적응되어 또 다시 새로운 것을 찾고

다시 새로운 것을 만나, 다시 설레보고.


25년이라는 익숙함을 지나

26년이라는 새로움을 만나는 우리.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요.





새로운건 왜 설렐까


저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그 마음을 오랜 시간 지켜가고 싶을 때,

그것이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상기해요.


'사랑하는 존재의 멸망을 가슴에 새겨넣어라'


제가 좋아하는 책 하나에 있던 문구인데,

소중한 것에 대한 사랑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저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짧은 저의 이야기를 해볼게요.

지난 20년, 저는 새롭고 설레는 일들을 많이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을 맞이했고, 기숙사에서 학생회에 들어가고,

1학년의 시간동안 많은 친구들을 만나며 마음맞는 이들을 남았고,

그들과 많은 즐겁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세상은, 그것을 쉽게 허락해주지 않았어요.

펜더믹이 찾아왔고, 세상은 얼어붙었어요. 정말 차갑게

새로운 것들을 맞이하고 싶었는데 학생회 활동은 다 취소되고,

친구들도 하나 둘 서울을 떠나가고,

가고 싶었던 행사와 가게들은 갈 수가 없었어요.


어느덧 제가 이미 가지고 있던 것들이 손에서 하나씩 하나씩 떠나가고 있었죠.

잡고 싶었지만 손은 빈 허공을 허우적거릴 뿐, 손바닥은 항상 공허했죠.


소중한 것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저는 오기가 생겨 그 소중한 것들을 어떻게해서든 눈에, 손에, 마음에 새겨넣고자 했습니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지키고 싶었던, 소중한 것들을 보고 경험하고 느껴보고자 했어요.


1월 1일 해돋이 보러갔답니다




그 모든 것들을 지켜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키고 싶은 것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사랑하는 것들을 저의 마음에 새겨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를 떠나가면 어떡하지, 겁이 많은 저로선 좋은 생각 습관은 아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생각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줬습니다.


저는 이 깨달음을 제가 지켜가고 싶은 소중한 것들에게 적용해갔습니다.

아이들을 돌볼 땐 이 아이들에게 내가 필요한 순간은 곧 사라질거고

이렇게 작고 귀여운 순간도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항상 예뻐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직접 겉옷과 가방을 챙겨주며

그 귀엽고 순수한 모습에 찬사를 보냈어요.


친구들을 만난다면, 이 만남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최고의 하루를 만들기 위해 계획을 짜고 이야기를 만들고

만남의 시간을 최고로 즐겨보고자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했어요.


사랑하는 것들의 멸망을 항상 가슴 속에 새겨넣으니

그 순간만큼은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었고,

결국 멸망을 맞이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얻었답니다.

생각보다도, 저의 이 마음가짐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새로움도 결국 사라진다


새로운 것이 설레고 소중한 것은, 어쩌면 그것에게 '새로움'이란 언어가 있는 것은,

새로운 감정을 맞이한 바로 그 순간 뿐이라는 점일지도 모르겠어요.

새 신발도 곧 헌 신발이 되고, 길거리의 눈사람 가족은 금방 녹아 없어지고

처음 맛보는 초콜릿도 결국엔 먹어본, 익숙한 맛이 될테니까요.


그래서 어린 시절 새로움이 가득한 시절엔

그 새로움을 즐기는 데 하루가 다 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것들은 적어지기에

남아있는 새로움이 더 가치있고 소중한 것 같습니다.

그조차도 언젠간 멸망하겠지만요.


삶의 첫 번째 것들이 아직도 산더미같아.
그대와 함께 채워나가고 싶어


새로운 한 해, 2026년을 맞이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저 평범한, 지나간 한 해가 되겠죠.

그러니, 26년이 새로움이라는 단어를 머금고 있을 때,

다이어리를 쓰고, 1년 계획을 세우고,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그 설렘과 즐거움을 더 적극적으로 즐겨본다면

새로움이 떠나가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저는

26년이 새로움의 언어를 머금고 있을 때

그것들이 멸망하기 전에

열심히 즐겨보겠습니다.


다들 올해도 화이팅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