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낼 수 있는 맛

어른스러움에 대하여

by 우주
난 더 깊은 맛을 알게 되었어
우유 시절의 나보다
너의 마음도 그들의 마음도
다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

더 짙은 향이 나게 되었어
홍차처럼 쓴 기억이 떠올라도
웃어보일 수가 있는
그런 어른이 되어가



이번 한 주는

유독 미래와, 내가 나아가고 싶은 삶과

쌓아가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20대 후반을 시작하는 나이,

삶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답이 보이지 않아 행동하고

후회하고 다시 돌아가고



아침엔 이런 길이 좋겠다 생각하다가

일상에 치이다보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저녁이 찾아오면 그저 쉬고 싶은 마음에

늘 쉬던 방식으로 쉬다가



다시 아침의 감정이 떠올라

미래에 대한 힘찬 발걸음인지

불확실함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인지

모를 감정 속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다가

잠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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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것


이상향이라고 해야할까요

저는 항상 어른스럽다는 기준을 떠올릴 때

내가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때

'책임감'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나의 선택, 나의 행동과 삶에

마땅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스스로를 책임지고, 주변을 책임지고

나아가 사회의 일부분도 책임질 수 있는 사람



작게는 한달동안 내가 사용한 전기세를

직접 납부할 수 있는 사람

그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온다면

스스로의 루틴을 조정하고 정리하며

자신이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주변 환경을 정돈할 수 있는 사람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

내가 행동하는 태도 하나하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

생각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고

그렇게 주변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



무릇 저는, 이런 것들이 좋은 어른의 기준이라고 생각했고

그 기준에 맞는 어른이 되어가고자

많은 시간을 애써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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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매 나만의 이야기를 쌓아가매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내게 맞는 일인가

내가 꿈꾸는, 내가 좋아하는 삶을

찾아가기 위해 몸을 던지고 헤메는 것이

나를 올바르게 책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다가도



어린 나이에 행동하는 치기 어린 행동 아닐까

어쩌면 내가 꿈꾸고, 내가 좋아하는 삶은

어딘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므로

현재의 삶을 조금씩만 바꾸고 가꾸는 것이

나를 올바르게 책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나만의 카페, 시그니쳐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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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하얀 우유같은 사람에서 벗어나

짙은 향과 깊은 맛을 지닌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나만의 맛을 가질 수 있을까요



새하얗고 순수한 우유에

짙은 향과 깊은 맛을 내기 위해

계피도 넣어보고, 초콜릿도 넣어보고

커피도 넣어보고, 이름 모를 가루도 넣어보고



먹어보니 뭔지 모를 불쾌한 맛에

삼키지도 못하고 버리기도 하고

이것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다른 것들을 넣어보며 조금씩 맛을 보다가

조금씩 조금씩

먹을만하네 생각할 수 있는

음료가 완성되지 않을까요



먹다보면 처음 넣었던 이름 모를 가루와

양을 맞추지 못한 커피 때문에

끝맛에 느껴지는 쓴맛이 퍽 나쁘긴 하지만

그 쓴맛이 있어 지금의 향과 맛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니 머쩍은 미소를 지으며 마실 수 있는

나만의 카페의 시그니쳐 음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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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시그니쳐의 쓴맛을 싫어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그 쓴맛을 좋아할 수 있으니

점점 시그니쳐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게 되고



나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세계관도 점점 만들어질테니

그 세계관을 만들고 책임지고 지켜내다보면

어느순간, 나도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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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낼 수 있는 맛



그렇다면 지금의 나를 책임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헤매고 어지러워하고

경험을 쌓고 행동하며

온갖 향신료들을

우유에 넣는 것이겠네요.



처음부터 최고의 재료를 골라

쓸모없는 재료 없이 고급진 맛을 만들면

정말 좋겠지만

뭐가 최고의 재료인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재료를 고르는데 시간만 쏟다보면

그냥 우유 그 이상, 이하도 안될 것 같습니다.



고민하느라 아무것도 넣지 않은 채

상해버린 우유로 남는 것보다는

차라리 쓴맛이 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를 인정해줄

나만의 맛을 만들어내는 편이

나을테니까요




탁해진 내 모습을 보면
혹시 날 미워할거니
나도 달아나버린 꿈들을 다시 찾고 싶어

사실 내 맘 구석에
그 하얀 맘 남아있겠지
쓰디쓴 일들이 섞여가며
어른이 된 것뿐이야


- 신지훈 '버블티' 가사 중 발췌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