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 없어질, 그래서 더 강인한

순수함에 대하여

by 우주

이번주는 순수함이 내렸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새하얗고 깨끗한

누군가에겐 설렘의 감정을

누군가에겐 눈 치우던 날의 고통을



각자가 말하고 기억하는

눈에 대한 기억은 모두 다르지만,

저에게 있어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순수함이고 깨끗함이고

겨울을 '순수와 영원'의 계절이라고 부르고 싶은만큼

눈을 정말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엔 그저 눈으로 놀 수 있는 것이 많아서,

눈싸움을 하고 눈썰매를 타고 얼어붙은 강에서 놀 수 있어서

눈썰매를 타며 친척형이랑 동영상을 찍으며 놀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래서 눈을 좋아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저 세상을 흰색으로 물들이는 눈이 좋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더럽혀지기 쉬운 흰색이지만,

그 흰색이 건물도, 거리도, 차도, 사람들의 모자도

모두 흰색으로 물들이는 모습이

순수한 것이 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것이 아닌

사실은 그 무엇보다 강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아합니다.





눈이 내리면 얼마나 내릴까, 눈은 얼마나 쌓이고 어디까지 뒤덮을까

시간이 지나 눈이 그치고 온 세상을 흰색으로 뒤덮으며

내가 올해도 이 세상에 찾아왔다고

자기의 목소리를 떳떳하게 내보이는 눈을 보며

그 순수한 반짝임에 나의 눈도, 생각도 반짝이다가



시간이 지나, 날씨가 따뜻해져 떠나갈 시간이 오면

그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고 녹아 없어지는 모습이

존재하는 순간 나의 목소리를 마음껏 내보이고

아쉬움이 없어 미련없이 떠나가는 것만 같아

그 눈의 모습이 너무나 강인하고 멋져보여서

그래서 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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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과 강인함


세상을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어려움을 겪고 찬란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빛을 바라고

어둡고 냄새나는 세상의 모습을 볼수록

우리는 점점 순수함을 잃어버립니다.



해야할 일과 커리어를 선택할 때에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인지,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금전적으로 얼마나 가치있을지, 시장 상황은 어떤지

기술의 파도 속에서 나의 쓸모를 어떻게 증명해야할지



그 일을 처음 접하며 느꼈던 순수한 관심과 호기심은

어느덧 어린 시절 철없던 생각 정도로 취부되어

그저 그런 생각을 했었지 하고 넘어갑니다.

그렇기에 순수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갑니다.



사라지고, 멸망할 것이라면

마치 쌓인 눈이 곧 녹아 없어질 것을 알고 있다면

그것을 좋아하고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순수'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그저, 아무런 수식어 없이

순수하게 그저 존재하는 그대로

더도, 덜도 없이

그저 지금 그 자체로 충분하고 찬란한

그런 순수함을 좋아합니다.



이번 주를 흰색으로 마무리하는 새햐안 눈처럼

세상 모든 것들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시선처럼

거창한 조언보단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소중한 가족과 친구처럼



곁에 있는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감각이

우리의 감정을 더 다정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순수하게 존재하기에 소중한,

곧 사라질 수 있기에 귀중한

그런 순수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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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순수한 것들이

강인하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순수함이 '연약함'과 '무지'와 같은 단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의 투명함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을 온갖 미사어구로 꾸미지 않더라도

그로인해 나를 음해하고 공격하는 자들이 있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그 순수함을 미워하는 사람보다

순수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런 강인한 것들, 강인한 사람들만이

순수함을 지켜낼 수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전 순수함을 가진 것들은

강인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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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은 시간이 지나면 오염되고 사라지기에

그 순수함을 오랜 기간 지니고 지켜가는 자들은

그만큼 강하고 단단한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꺼이 녹아 없어질 소멸의 운명을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진실된 투명함을 유지하는 것은

강인한 사람들만 부릴 수 있는 특권같은 고집일 것 같습니다.






순수한 사람들

그래서 그 소중한 순수함을 알게모르게

지키고 유지하는 당신이 이 글 앞에 있다면

언젠가 소멸할지 모르는 눈송이 같은

당신다운 순수함을 지켜준 것에 감사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환하게 웃어보이고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 가게에서 눈을 반짝이고

길거리에 만들어진 눈사람과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며

알게모르게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카페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어린 아이의

순수한 웃음 소리에 이끌려

가벼운 눈인사를 건낼 수 있는



그 모습이 당신다움을 지켜

강인함의 증거인 것 같아

제 눈에는 더 찬란하고 소중해보입니다.



눈은 녹아 사라질 것이고,

강인함을 잃으며

당신다운 순수함도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지만,



사라지기 전까지

나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빛나는 눈처럼 하얗고

찬란하게 반짝거리다가



녹아 없어질 시간이 오면 미련없이

나다움의 순수함을 보내주는 것도

퍽 멋진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순수함이 사라지더라도, 시간은 지날 것이고

그곳에 꽃과 나무가 피어나며

새로운 순수함이 자랄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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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내딛는 감각


이번주는 차가운 공기와 내리는 눈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차가운 눈으로 빙판길이 깔리며

걷는 사람, 차를 모는 사람 모두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저도 이런 빙판길이 불편하지만

가끔씩은 조금씩,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며

내 발걸음에 집중해보기도 합니다.



나는 어떤 자세로 걷고 있었는지 바라보고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한걸음, 두걸음 걷다보면



그 순간에 몰입하고 있는 순간이 좋았고

그러다 빙판길이 끝나 폭신하게 쌓인 눈을 밟으면

들리는 뽀드득 소리만큼 제게 행복을 주는 경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그래서 더 소중한

이 순수하고 강인한 시간들을

각자의 당신다움 속에서

녹아 없어질 때까지



이번주도, 다음주도

항상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