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의 하루

따뜻함에 대하여

by 우주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졌어요.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시베리아에서 찾아온 차가운 공기와 칼바람이

우리의 일상을 더 두껍게 만들고 작은 움직임 하나도 조심스럽게 만들었어요.



가볍게 즐기는 집 앞 산책길도,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러 찾아가는 작은 카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향하는 일도

집 현관문을 나서기 위해선 많은 용기가 필요해졌기에

더 찾아가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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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공기와 칼바람은 우리의 두꺼운 패딩과 피부를 뚫고 들어오고,

거리를 걷는 우리는 한순간이라도 차가운 순간을 피하고자 도망가고,

카페로, 옷가게로, 있는줄도 몰랐던 작은 잡화점으로,

계획에도 없던 쇼핑과 먹을거리를 즐기며

이런 일상도 퍽 재밌네 하고 하루를 만들어가고



집에 도착했을 땐 얼어붙은 세상을 뚫고 와준 나 자신에게 감사하며

편안한 옷과 맛있는 간식, 따뜻하게 데워진 전기장판 속에서 짧았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기 전까지 절대 이 따뜻함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다짐 속에서

핸드폰을, 노트북을,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한 이불을 덮으며

짧아진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건물을 올리는 공사도, 매일을 움직이는 기계들도

차가운 공기 앞에선 너무나 약해져 쉬어가는데,

우리 몸이라고 다를게 있을까요.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관절 조심하시고,

미끄러운 바닥도 조심하면서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거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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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말 사랑합니다.

밖을 돌아다니며 한껏 차가워진 몸을

따뜻한 커피로 데워주는 것만큼 행복한게 없어요.

음식을 먹더라도 되도록 따뜻한 국물이 있는걸로,

실내에 들어가더라도 되도록 따뜻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겨울이 깊어질수록 따뜻한 동굴을 찾아 돌아다니는 야생동물처럼,

저도 겨울잠같은 따뜻한 품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겨울의 길을 돌아다니면,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시즌 메뉴들이 있어요.

붕어빵, 호빵, 어묵같은 음식들이죠.

다른 계절에도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지만

겨울에 먹는데 더욱 맛있는건,

추운만큼 따뜻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길을 걷다가 따뜻한 어묵국물과 만두냄새를 풍기는

30년 전통의 맛집을 지나치며

냄새만으로 그 맛을 즐기다가

길거리 익숙한 붕어빵 냄새에

팥을 먹을까 슈크림을 먹을까 고민하다가도

3개 2천원이라는 충격적인 글씨에

인류애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땅콩과자, 호두과자, 폭신한 빵이 들어간 델리만쥬까지...

뭔가 먹고 싶어서 멈춰섰다가, 지갑을 보고 다시 앞으로 가고

또 먹고 싶은게 눈에 밟혀와 멈춰섰다가, 정신 차리고 다시 앞으로 가고



가야하는 길과 향기로운 냄새, 도망가고 싶은 추위가

복잡하게 엮어진 겨울의 거리에서 걷다가 걷다가

도착한 지하철 역의 어묵가게

2개 천원이라는 인류애 넘치는 가격에 안으로 들어가요.



따뜻한 공기와 각자의 이야기로 하루를 채워가는 사람들로 가게는 복닥거리고,

어묵이랑 떡볶이, 주전부리들이 가득한 매대 앞에 서서 살며시 어묵 두 개를 주문하고

간장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국물 먼저 먹어야지하고

종이컵과 국자를 들고 국물을 떠서 손 안에 들고 있으면 따뜻한 기운이 손을 품어주고



한 입 따뜻한 국물을 입에 머금으면 뜨뜨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며

차가운 공기로 말라버린 목이 따뜻하게 풀리고

입안에 느껴지는 강렬한 다시마맛과 대파 향기에 취해

들고 있던 어묵을 한입 베어물면

황홀하다는 말로도 부족하지 않을

따뜻한 순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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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하루 보내요


이런 일상 말고도, 우리는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많아요.

차가운 공기 속에서 우리의 속 만큼은

따뜻하게 데워줄 수 많은 것들.

어쩌면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며

하루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조용히 품어주는 것들.



그 모든 작다고 하기엔 너무나 소중하고,

크다고 하기엔 조금 하찮을, 그래서 더 소중한

그 많은 것들이 그저

'따뜻하다'는 말로 표현되기에

따뜻함이 더 소중한 것 같습니다.

이 추운 겨울엔 더더욱이요.



각자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채워가고

그 날들이 차가운 겨울 속에서 지켜지길 바라며

모두들, 따뜻한 하루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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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