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대하여
나라는 사람은 어떤 걸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번 주는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나라는 세상을, 이야기를 설명함에 있어
어떤 언어가 가장 나라는 사람을 근본적으로 잘 표현할지
어떤 표현이 사용해야 내가 나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나의 긍정적인 부분, 부정적인 부분
그 모든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고민하다
저는 '겁이 많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데 있어
겁이 많다는 표현만큼
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습니다.
높은 미끄럼틀은 항상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내려왔고
구름사다리 정상은 떨어질까 무서워 올라가지도 못했습니다.
매달려서 내려가는 행글라이더도 무섭다고 계단으로 내려오고
바닥이 유리로 된 커다란 다리는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놀이터 미끄럼틀 위 가장 높은 정상에 성큼성큼 올라가는 친구나
구름사다리 위를 뛰어다니면서 장난치던 아이들이나
어린 시절 저는 그런 아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잘 다니나 신기하기도 하고
많이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막 걸음마를 떼고 걸어 다니던 시절엔
버스를 타는 것도 무서워해서
의자 다리를 꼭 잡고 울고만 있었다고 하니,
태어났을 때부터 겁이 참 많았던 것 같네요.
그래서 결정을 잘 내리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운동이 건강에 좋다더라
어떤 공부가 도움이 된다더라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몇 년씩 하긴 했지만
결국엔 결론에 다다르면
해도 별로 안 좋을 것 같아
위험해
했다가 실패하면 어쩌지
하고 겁먹고 포기했던 것들도 많습니다.
옷을 잘 입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
옷가게도 다녀보고 이런저런 옷도 사봤지만
결국엔 결정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리고
결정한 옷도 퍽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경험이 많아
그냥 매일 사는 브랜드에서 사게 되었고
주식 공부하면 좋다. 배워두면 쓸만하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20살이 넘은 시절부터 시작해야지 공부해야지
다짐했지만,
주식에 넣은 돈이 출렁거릴 때마다
푸른빛의 차트가 점점 가라앉을 때마다
이 돈이 다 없어지면 어쩌지
다 잃고 생활비가 부족해지면 어쩌지
걱정하고 무서워하다
몇만 원씩 손해 보고 손절했던 경험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사실 그 당시엔 -3%도 되지 않았고
넣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왜 -3%가 -100%가 되는 걸 걱정했는지
지금 돌아보면 왜 그랬나 싶습니다.
그대로 놔뒀으면 지금쯤 몇십만 원은 먹었을 텐데
좋아하고, 관심 가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부담스러워하면 어쩌지
고민하고 생각하다가
그냥 그저 그런 사람으로
지나쳐버린 순간도 많습니다.
겁이 많다는 건,
생각보다 제 삶을 가꾸어감에 있어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어떤 결정, 어떤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실패하면 어쩌지, 어떻게 감당하지
걱정하고 고민하다가
놓쳐버린 순간들이
너무나 많이 쌓여왔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결정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일도 많은데
괜히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최악의 상황으로 결론 맺은 순간도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너무 걱정했던 일도, 최악의 상황도
현실로 경험했던 순간은 한 번도 없고
왜 걱정했나 불안해했나 싶을 정도로
별일 아닌 일도 많았습니다.
오랜 시간 걱정하고 힘들어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말이죠.
이런 제가 밉고 싫어했던 순간도
너무나도 많았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보면
겁이 많았기 때문에
얻은 강점들도 많습니다.
돈에 대한 불안이 많아
자산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불안하고 스트레스받아했지만,
그 덕분에 한 번도 돈 때문에 문제를 만든 적은 없었고
돈을 관리하는 습관도 길렀고
나름대로 착실하게 자산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말에 대한 불안이 많아
한마디를 할 때마다 고민하고 생각하고
집에 돌아오면 오늘 한 말들은 문제없었나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지만
그 덕분에 좋은 언어들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었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됐고
그 불안은 섬세함이 되어 다정함으로 커졌고
주변에 항상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 관계를 지켜갈 수 있는 힘도 기르게 되었습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시간도
가지고 있던 겁과 불안이 아이를 향한 걱정이 되어
아이의 한 마디, 행동 하나도 기억할 수 있게 되어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세상에 없을 큰 사랑도
오랜 시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불안은 많았지만, 그만큼 행동할 수 있었고
행동할 수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고
불안이라는 것도 결국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걸 경험하니
그 겁을 먹고 헤매던 시간들이
지금 돌아보면
필요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너를 용서하고
이제는 용기를 갖고 싶습니다.
무언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의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랜 시간을 걱정하지 말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행동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온전히 즐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돈도 용기 있게 사용하고 싶고
상대방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고
나의 생각도 거침없이 표현해보고 싶고
고민할 시간에 행동하고 피드백으로 성장하고 싶고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더 오랜 시간을 헤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극복하고 행동하고 싶습니다.
지난 1월은 이런 다짐 속에서
나름대로 용기 있는 행동을 이어가며
한 달을 지내왔습니다.
남은 11달의 시간도
용기 있는 행동을 이어가면
언젠가, 나름대로 결실을 맺을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