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대하여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어떤 의미와 소망
짓는 이의 사랑
평생 함께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 짧고도 소중한
단어는 무엇인가요?
요즘은 좀 덜해졌다곤 하지만,
그럼에도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에
사람들은 많은 고민과 생각을 이어갑니다.
누군가가 평생에 걸쳐
'나'라는 사람을 정의해 줄 수 있는
존재를 증명해 주는 흔적
이름의 각 글자에는 이름을 지어준 사람이 가진
가치관, 역사, 시대적 소망이 응축되어
단순한 기호가 아닌
존재로서 가졌으면 하는 성품과
마주할 운명을 향한
진심 어린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당신이 태어난 순간 받았을 모든 축복을
하나의 단어로 응축되어
표현한 이름이라는 것이
그래서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제 이름의 한문을 풀이해서 쓰면
'법과 질서 속에서 큰 그릇을 지닌 사람'
정도로 풀어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어난 날이 법의 날인 것도 그렇고
아버지께서 군인 출신이시기 때문에
법과 질서를 중요시 여기셔서
어우러져 살았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이런 이름을 지어주신 것 같습니다.
길지 않은 삶을 살아오며
이름의 뜻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이름대로 살아온 순간이 많습니다.
교통 법규나 작은 일상 속 법률도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내가 보기 때문에 지켜야만 한다는
생각 아래에서 늘 지키려 노력했고
삶을 가꾸어감에 있어
삶의 원칙과 질서를 세우고
그 질서 속에서 규칙적인 삶을 사는 게
좋은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아직 그릇이 큰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그릇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고
적어도 내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그릇이 큰 사람이 되라는
이름에 담긴 부모님의 소망도
어느 정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이름에 걸맞은 경험들을
쌓아 올리며 살아가고 있고
그 가치를 증명하며
자신과 인생의 정체성을
완성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 시간과 노력
정성과 사랑이
짧은 단어 안에
담길 수 있다는 점이
이름이라는 것이 가진
위대함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그렇기에 저는 주변을 대함에 있어
이름을 부르고 외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왔습니다.
누군가를 표현하는
가장 그 사람다운 단어가
이름이라고 생각해 왔기에
굳이 이름을 부를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름을 한번 더 부르고
잊어버릴 것만 같을 땐 다시 한번 보고
또 한 번 더 불러보며 가슴에 새겨내고
그 중요성을 언제나 생각하며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서
언제나 이름을 중요시했습니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으로서 있을 때
이 부분을 특히나 크게 신경 썼습니다.
특히나 아이들은 이름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기에
이름을 잘못 부르거나
장난으로 이름을 바꿔 부르는
행동을 조심했습니다.
아이들 교실 밖에는 사물함이 있습니다.
그곳엔 아이의 이름과 사진이 함께 붙어있어
아이들 이름 외우는 데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저 아이 이름이 뭐였지?'
떠오를 때마다 몰래 교실을 나가
아이의 얼굴과 이름을 확인하고
교실로 들어오며 능청스럽게 이름을 부르며
아이에게 존재를 확인해 주고
제 마음에도 아이의 존재를 새겨내며
정성으로 누군가를 돌보는
시간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름을 잊거나 잘못 부른 적은 없었고
아이들은 처음부터 자기 이름을 불러주는
그런 저를 신기해하고 호기심을 가지며
'내 이름 어떻게 알아요?' 하는 순수한 질문에
'너무 예뻐서 기억이 났어요'라고 대답해 주며
나름대로 나만의 사랑하는 방식을
만들어간 시간도 생각나네요.
처음 아이들을 만나고 이름을 하루 종일 외우며
처음 아이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보는
놀라는 반응과 신기하다는 눈빛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가 않아요.
그 짧은 한 단어의 이름을
정확할 때 불러주기 위해
사진과 이름을 몇 번을 번갈아가며
암기했던 시간들이
나름대로 저의 다정함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이름을 떠올리면 그 존재와 있었던
소중했고 사랑스러운 기억이 떠오르고
단순히 누군가를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존재와 겪은 좋고 싫은 수많은 순간들이
하나의 단어 안에 담길 수 있다는 것이
이름이 왜 소중한지 생각하게 해 줍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름이라는 것이 담을 수 있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빗대어
가장 짧은 러브레터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
그 불러주는 뉘앙스에 담긴
사랑과 소망, 그리고 바람까지
그 많은 작고 소중한 것들이
이름과 함께 누군가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
가족일 수도 연인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고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가 되어
나의 존재와 삶을 담아주고
후에 누군가에게 기억될 나의 이름이
'내가 당신의 곁에서 존재해왔음'을
증명하는 편지의 끝맺음이 될 수도 있으니
세상이 나를 잊어버리더라도
누군가에겐 여전히 가장 짧고
강렬한 사랑의 고백이 될 수 있기에
러브레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짓는 이의 소망과 사랑이 담긴 단어에서 시작해
누군가를 표현하는 가장 그 사람다운 단어이자
누군가에 대한 가장 짧은 존중의 표현이자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해 온 순간들을
단 하나의 단어로 떠올릴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존재들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그 이름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저는 항상 궁금합니다
그것들이 당신에게 얼마나 소중할지
얼마나 귀중할지 잘 알기에
그래서 더 저에게도 소중합니다
설 명절이 찾아왔습니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많은 이들이 가장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고 있을 것 같네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세상에서 가장 짧은 러브레터와
함께하고 있는 이 시간이
늘 그래왔듯이
즐거운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설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