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의 선장님

만남과 이별에 대하여

by 우주

따뜻한 햇살 눈부신 바다

분주한 사람들 수많은 물건들

새로운 물건 신기한 음식

메아리치는 경적소리



뱃머리를 들이미는 작은 배

멀리 떠나갈 크루즈선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눈에 담긴 설렘과 아쉬움



수없이 분주한 사람들 속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부두에 놓인

더 작은 배 하나



어디로 향할까

얼마나 가야 할까

그 어느 것도 정해지지 않은

볼품없는 통통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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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물과 음식

누더기 외투와 짐가방

구멍 뚫린 신발과 얼룩진 신발끈

움켜쥔 몇 장의 지폐



작은 취향이 담긴 앨범과

꼭 가지고 다니는 클로버 하나

소중한 이들의 편지와

흥얼거리는 노래



경적을 울리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작은 나만의 배

삶이라는 이름



속도도 방향도 모르는

당장 침몰해도 모르는

누더기 같은 배





바다를 건너


뜨거운 햇살, 소금기를 머금은 바다

운무, 거대한 구름, 끝없는 수평선

흔들리는 선채, 들어오는 바닷물

의지할 거라곤 작은 돛 하나



그저 바다가 흐르는 대로

바람이 불어오는 대로

나름대로 돛을 움직이고

밤하늘의 별을 세어가며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꿈에서만 만난 도시

이루고 싶은 꿈

바라고 있는 삶



작고 소중한 이들의 이름을

앨범 속에 꼬깃꼬깃 모아

닿을지도 모르는 그 어떤 곳으로

향하는 망망대해 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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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해류와 바람을 타고

흘러가듯 항해하다 보니

만난 또 다른 배, 또 다른 사람

우리가 만나기 위해

수없이 해류와 바람을 바꿔준 바다



또 다른 누군가를 담은 삶, 배 하나

품고 있는 물건과 이야기가

전부 다른 또 다른 세상

뱃머리를 맞대며 만들어진

조심스러운 만남



배의 크기, 담긴 물건들

먹을 것, 입은 옷

출발한 항구, 최종 목적지

모든 것들이 다른 존재



드넓은 바다가 애써가며

해류와 바람을 바꾸지 않았다면

이 드넓은 망망대해에

함께 있는지도 몰랐을 우리



그래서 더 소중한

삶이 모인 우리의 이야기

서로가 서로에게 선장이 되어

이끌어주는 삶과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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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


함께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바람을 타며

지나온 짧은 순간

쌓아온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는 것, 자는 것

제일 중요시하는 것

바라고 의지하는 것

많은 것이 다른 삶



내가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

상대에겐 그저 그런 것

내게 그저 그런 것들이

상대에겐 상처가 되는 것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고

소중한 것이 소중하지 않고

바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바라보는 눈높이도 다른 우리



서로의 배의 크기, 담은 것, 속도

모든 것들이 다르기에

조금씩 부딪히고 갉아먹으며

점차 가라앉는 삶



억지로 맞대고 싶어

돛을 움직이고 속도를 바꾸고

크기 다른 뱃머리를 맞추지만

멈추지 않는 충돌



어느 순간 바다를 보니

타고 있는 해류가 달랐고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음을

깨달은 어두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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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건너


다른 바다에 서있는 우리

바꿀 수 없는 바람

매정한 바다가

못내 서러워 미워하고



아쉬움을 담아

작은 사진과 이야기집

주고 싶은 선물로

서로의 배를 채우고



앞으로 마주할 또 다른 바다

또 다른 삶과 사람들

이루고 싶은 꿈

모든 것들을 응원하며



갈라지는 바람과 해류

멀어지는 우리를

그저 잘 지내라는 말로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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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설렘을 머금고

취향을 담아 온 앨범에

소중히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

다시금 떠나는 우리



지금은 그저 가는 길이 달라

바라보는 곳이 달라

살아온 시간이 달라

함께하지 못했지만



혹시라도 바다가 변덕을 부려

다시금 바람과 해류를 만들고

저 멀리 수평선 너머

당신이 다시 보인다면



익숙한 우리의 뱃노래와

튼튼해진 서로의 배

조금 더 맞춰진 속도

서로의 부족을 채우는 물건



바다가 다시금 변덕을 부리기 전에

우리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설렘과 즐거움을 가득 담아

당신에게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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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장님, 언젠가 만날 줄 알았어'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