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일기장

손편지

by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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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손편지를 보내는 제자가 있다.
첫 부임지에서 만났던 아이다. 그 학교에서 2년을 근무하고 다른 학교로 옮겼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다시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때 아이는(아이 엄마였지만, 내게는 아이) 詩를 쓰고 있었다.

詩人이 되어 있었다.


자신의 詩가 실린 책을 가끔 보내주곤 했는데 詩가 좋았다.

보내오는 편지는 늘 원고지에 씌여 있었다.

원고지에 쓴 편지를 읽으면 그녀가 글을 쓰는 일을 놓지 않고 있다는 위안이 되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여름날,

방학 중 일직근무를 하고 있는 학교로 나를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또 소식이 뜸해지기도 하고

또, 그러다가 편지가 오기도 하고

힘들어하는 듯도 하고

행복해하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 세월이 흐르면서

가까이 다가오다가

조금 멀어지기도 하고


또 연락이 오고

또 소식이 끊기기도 하고......


얼마전, 이 편지가 왔다.

詩가 그녀를 두툼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녀가 詩를 쓰고 있어서 좋았다.

내 마음이 편했다.

詩를 쓰는 한 그녀는 희망의 망토를 벗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엊그제,

손전화 저 멀리 아이의 목소리가

다른 날들보다 행복하게

풍선들이 터지듯 경쾌하게 춤을 췄다.

아, 아이에게 나의 안도의 한숨을 들키지 않았겠지.


아이가 편지를 詩로 보내는 것은

그래, 마음에서 음악이 흐르고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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