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월드컵과 막걸리

by 틈새

월드컵과 막걸리


외출할 일이 있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에 거의 다 달아서 장갑을 끼려고 챙겼더니 어찌 된 일인가 장갑이 한 짝은 어디 가고 한 짝만 만 내 손에 있다니.

요즘 부쩍 심해진 건망증 또는 건성 댐의 결과다.



1층에서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던 여자분이 내가 내릴까 봐 타지 않고 기다렸다.

"타세요. 제가 다시 올라가야 해요."

"아!" 하고 웃으며 그분이 탔다. 그런데 층 버튼을 누를 손이 없었다. 양손에 막걸리가 한 병씩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버튼을 눌러드렸다.

그분이 말했다.

"식구들이 오늘 저녁에 축구 신나게 응원하자고 해서 이렇게..."

수줍게 웃으며 변명하듯이 얘기하는 그분의 온몸에서 즐거움과 기대감에 신나는 기운이 뿜 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가족의 화목함이 느껴지네요."

"그래 보여요? 아, 감사합니다."

하며 내렸다.


그분의 미소에서 많은 장면이 연상되었다.

오랜만에 축구 경기 응원하는 일도 신나고

2002년 월드컵 경기를 생각하면 더 마음은 들뜨고 즐거워질 것이고

축구 덕에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하나가 되어 한마음으로 뚤뚤 뭉쳐 소리 환호하고,

때로는 아쉬움의 탄성을 내뿜을 것이 아닌가.

그러다가 골인하는 순간을 만나면 얼싸안으며 기뻐할 것이다.

이 같은 공감과 화합의 기회가 요즘 없었지 않은가.

거기에 한 사발의 막걸리가 더해지면 분위기는 한껏 더 부풀어 오를 것이다.

막걸리 한잔이 가족을 공감의 도가니에 몰아넣을 것이고

의기투합하여 응원하면서 어제의 서운함을 씻어내고 그제의 얄미움을 잊게 할 것이 아닌가.

양손에 들린 막걸리가 어찌나 소중하고 귀엽게 보이던지...

한껏 기대에 부푼 그 여자분의 얼굴이 이미 막걸리 한잔 한 듯 보기 좋게 붉어 있었다.


경기 보는 내내 그 막걸리 가족의 환호성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우리 태극전사들이 포르투칼과 결전하여 당당히 우승했다. 그리고 16강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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