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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Dec 08. 2023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떠도는 생각을 잡아놓는 제일 좋은 방법은 글쓰기였다.


생각만 많다.

행동은 미룬다.

알고는 있지만 몸은 도통 움직일 생각이 없다.

그리고 못 한 행동에 대한 자책과 후회로 한없이 자신을 괴롭힌다.

그런 시간의 반복이다.


새로운 하루를 반갑게 맞이하려는 태도는 중요했다.

긴 시간 숙면을 취했어도 어김없이 주어진 하루를 시작하는 내 몸은 여전히 에너지가

50%밖에 충전이 안 되어 있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고 나면 다시 집중력이 떨어지고 휴식이 필요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회복력도 약해지고 몰입할 수 있는 시간도 너무 짧다.

야속한 몸은 생각만큼 따라 주지 않은 일상이라 체념하고 산다.


매주 토요일 "나키 움 북클럽'에서 한 권의 책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작가 : 산책을 하다 보면 어느새 지쳐 있던 몸이 한 결 가벼워진다.

메모를 남기는 일도 그렇다.

현실이 답답할 때 무작정 펜을 들고 끄적이다 보면 흩날리던 생각들에 연결고리가 생겨한데 묶인다.

그렇게 묶인 생각들을 하나씩 차례로 풀어가 나 보면 마음의 무게도 한층 덜어진다.

결국 메모를 남긴다는 것은 마음을 산책시키는 일과도 같다고 믿는다.




메모를 해 두지 않으면 떠도는 생각을 붙잡아 놓을 수가 없다.

힘들 때, 기쁠 때, 속상할 때, 마음을 다잡게 해 주는 게 기록이었다.

타인과의 소통을 글로 세기며 자신의 삶을 놀이처럼 메모했다.


나의 메모들은 일상과의 싸움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다.



▶ 글쓰기와 책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얻었지만 동시에 글쓰기와 책 때문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잃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 좋다는 사람들이 생긴 만큼 내가 이런 사람이라 싫다는 사람이 생겨났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내가 그랬다.

어느 순간 책이 좋아서 자연스레 책과 가까이하고 그러다 보니 글이 쓰고 싶어졌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올리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도 좁아져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관계의 폭도 정리가 되어 있었다.

공평하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 앞에서 원하는 걸 다 할 수 없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거에 집중하다 보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자주 만나지 못하니 어느새 멀어져 갔다.

다 가질 수 없었다.

얼마큼 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느냐?

관계도 노력이고 투자이고 정성이었다.



▶ 당장의 현실이 초라할지라도 먼 미래의 순간을 미리 당겨 쓸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히 이어갈 수 있을 뿐인데 

결국은 그 순간들의 총합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우리의 현재를 미래까지 밀고 나아가는 것이다.

현재는 미래를 추월할 수 없고, 미래는 현재를 벗어날 수 없다.


 지금 처해 있는 현실이 답답하고 앞이 안 보이지 않는 날이 있다.

꾸준히 해 오던 일과가 복잡한 마음으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미룬다.

지난 간 과거를 후회하고 변화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오늘을 망치는 시간으로 가끔씩 힘은 날 말이다.

현재, 오늘에 집중해야 하는데 과거와 미래에 발목 잡힌 날이다.

생각대로 안 되는 현실에 엉킨 마음이 행동을 거부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행동이 되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때는 너무 나를 자책하지 말고 하루 정도 마음 가는 대로 쉬게 놔두자.

마음에도 여유가 필요한 법이다.


▶ 그리움을 품고 사는 사람들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다.

가끔은 이 세상 너머에 살아가는 것처럼 눈을 뜨고 있으나 감고 있으나 

그리움에 파묻혀 그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기약도 없이 마음대로 찾아왔다가 내킬 때 다시 떠난다.

그래서 마중도 없고 배웅도 없다.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가끔은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그리움인 것 같다.


 그리움이란 단어는 애절하고 가슴 아프다.

보고픔, 아쉬움, 옛 추억, 아련함, 자취, 흔적, 소중함, 애틋함..

그리움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적어 봤다.


작년에 사랑하는 오빠를 갑작스럽게 이별하고 나서 문득문득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쳤다.

집중해서 원하는 걸 잘하다가도 오빠라는 자취가 내 마음을 파고들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슬픔이 온다.

살며시 맺힌 이슬에 내 감정이 몰입되어 주채할 수 없을 정도로 매몰된다.

한동안 슬픔에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이 힘들어서 오빠라는 생각을 지우려 했다.

소중한 추억과 남기고 간 흔적이 지운다고 지워지는 게 아니었다.


이별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밀어내지 말고 애도의 시간을 갖는 거였다.

그리움은 사무치게 보고픔을 동반한다.

아무리 애원해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리움의 폭도 커지는 거였다.

그리움은 만날 수 없고 만질 수 없으니까 더 아픈 법이었다.


▶ 일희일비하기 참 좋은 시절이다.

전체를 봐야 하는데 자꾸만 시야가 좁아진다.

삶에 있어서 짧은 건 내 생각뿐이고, 다른 것들은 길고, 또 넓다.

그 앞에서 나는 조급하게 빨리 해답을 내놓으라 한다.

지금 해답을 주지 않으면 이제 다 내려놓겠다고 떼를 쓴다.

길고, 넓은 그 인생 앞에서...



→ 올 한 해는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달렸다.

새해 다짐과 다르게 실천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원하는 루틴을 실천하려 노력했다.

딱 한 달 남은 시점에서 나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바로 앞에 정상이었는데 내 체력은 바닥이라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뇌가 명령을 내렸다.

요즘에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


열심히 달려서 겨우 일 년 넘게 한 우물만 팠다고 생각할 즘 나는 서서히 지쳤다.

글쓰기가 그랬다.

자꾸 글 한 편 올리는 걸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큼 원하는 걸 달성했을까?

뒤돌아보니 아직도 길모퉁이에서 방황 중이었다.

조급함

빨리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니 마음만 힘들고 다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었다.

자꾸 생각이 밀어냈다.

이젠 그만할까?


알고 있었다.

힘들게 길들인 좋은 습관들이 나태로 인해서 쉽게 무너질까 봐 겁이 났다.

편한 행동은 내 몸에 금방 젖어드는 법이었다.

노력한 만큼 결과도 주어졌는데 어느새 욕심이 끝이 없었다.


올 한 해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읽은 결과 몸도 마음도 한 층 성장했다.

브런치 작가도 되었고 공동 에세이도 출판했다.

마음을 비우면 되는데 자꾸 남과 비교하며 욕심을 내는 내가 미웠다.

비우고 채우고 알리자.


좋은 글과 내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서 내일 나눔을 하고 2탄을 올려볼 예정이다.


마음가짐을 바꿨다.

새해에는 읽은 책들을 내 관점을 보태서 편하게 적어볼 계획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벌써 기억이 저만치 도망가는 중이었다.

내년에는 한 줄이라도 붙잡아 두고 싶은 구절을 이 공간에 잡아놔야겠다.

내재화를 시켜야 마음속에 오래 남든 법이었다.

귀찮아서 실천하지 못했던 행동을 실행에 옮기는 24년이 되자.


잘 쓰려하지 말자.

날것 그대로 꾸미지 않은 솔직한 글을 쓰자.

꾸준히 쓰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은 글쓰기였다.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본다.


천천히 즐기며 가자.

기록은 내 삶의 발자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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