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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Dec 14. 2023

이대로의 내가 참 좋다.

꾸미지 않아도 내면이 단단한 내가 좋다.


툭 던져 놓은 글 밥에 어떤 글을 쏟아낼지 묵혀놓았던 사고력을 자극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한 문장 던지고 간 선물 같은 글감이 나는 참 좋다.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매일 고민하는 나였기에

주제에 대한 고민이 한 방에 해결되었다.

나키움 방장님은 센스와 위트가 남다른 귀인이었다.



매 순간 나와 대화하며 좋아하는 걸 붙들고 사는 나였기에

이번에 주제는 손쉽게 내 몸에 달라붙었다.


뭐 하고 살았는지?

토요일 집으로 가족들이 다 모인다.

 살림을 하고 산 건지?

겨우 끼니만 해결하고 집은 버려두고 살았나 보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월요일부터 거실 싱크대 쪽 겨냥해서 묵은 떼를 닦고 필요한

물건을 쿠팡에서 매일 시켰다.


수건, 칫솔 건조대, 실내화, 수저통, 책꽂이, 등

날마다 버리니 사야 할 물건들이 눈에 띈다.

오늘은 사무실 일 처리하고 나서 근처에 있는 다이소로 원하는 물건 잔뜩 구매해서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 집에 왔다.



현관 앞에 도착하니 묵직한 박스가 놓여 있었다.

 미니 책꽂이를 받자마자 예쁜 메모지와 사탕, 그리고 똘망하고 묵직한 책꽂이가 반갑게 눈인사를 한다.

겨우 옷만 갈아입고 어울리는 공간 찾아 어슬렁거렸다.


내 눈밖에 나서 사랑을 주지 않았더니 얼마 전에 미니 다육이들을 하늘나라도 보냈다.

말라비틀어진 생명줄을 보면서 괜스레 마음이 아프고 내가 미웠다.

비워진 하얀 선반 위에 딱 맞는 책꽂이가 서로 세트인 양 잘도 어울렸다.


 너저분하게 놓여 있는 내 방의 책을 꺼내와서 책꽂이에 가지런히 정리하니 내 마음도 정화된 느낌이다.

역시 시간과 돈과 내 에너지를 쏟으니 벌써 깔끔해져 시선이 자꾸 갖다.

어디에다 사랑과 관심을 쏟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도 바뀌는 상황이었다.







다이소에서 잡다한 물건을 한 아름 사 오면서 부들부들 잘 나온  쓰던 볼펜을 한가득 집어 왔다.

며칠 전부터 부드러운 볼펜이 내 곁을 떠난 상황이어서 딱딱한 펜으로 필사하니

손목에 힘이 들어가고 글씨체도 마음에 안 들었다.

필사할 노트 한 권도 집어오며 푼 돈 쓰는 재미에 빠졌다.

매일 아침 긍정 확언을 필사하고 내 생각까지 더 붙여서 인증하면 하루 일과 시작이었다.

필요한 물건을 사는 행복감이 돈과 시간을 붙잡았다.

그게 행복이 아니면 뭐겠는가?


 

3년 전 이사 와서 디퓨쳐 세팅하고 주인장 눈 밖에 났던 찌들어진 디퓨져를 버렸다.

 향긋한 냄새가 코를 상큼하게 만드는 디퓨져를 이  방, 저 방 갖다 노니 온 집 안이 꽃향기에 빠져버렸다.


이런 사소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살았다.

그동안 늘 정해진 루틴을 실행하느라 마음 놓고 쇼핑할 여유가 없었다.

어느 순간 나에게 제일 소중한 건 시간이라고 외치고 사는 나였다.

한 번 지나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오늘이란 시간 여행과 늘 아등바등 싸우는 날이었다.

매번 시간이 승자고 쫓아가기 바쁜 어리숙한 몸은 KO를 당하고 산다.

그래도 나름 만족하고 열심히 쫓고 쫓기듯 줄다리기하는 삶의 과정이었다.


그동안 날 뭘 보고 살았을까?


요즘 난 어디서 좋다고 하는 책들은 재다 집에 모셔 놓는 버릇이 생겼다.

 점점 새 책들이 늘어나고 내 눈밖에 어슬렁 거린다.

고이 모셔놓은 책들에 마음 한 귀퉁이 불편한 마음을 감지하지만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모처럼 도서관 나들이를 떠난 딸아이가 한 마디 던진다.



쾌적한 환경에 어마 무시한 책이 놓 공간이라 도서관이 최고의 쉼터란다.

비싼 딴 덩어리에 책을 고이 모셔 놓는  아니라면서

이제부터 책을 사서 보지 말고 도서관 가서 보라고 훈계를 늘어놓는다.


"엄마 글쓰기에 관한 책이 수 백 권 있어?

유능한 강사님 책도 많아?

돈 주고 책 사지 말고 도서관 가서 책 봐.

집에서 10분도 안 걸려"


그리고 짧은 유튜브 영상까지 보내 놓는다.

미니멀 라이프 시대에 제일 안 좋은 습관이 읽지도 않은 책을 막 사놓은 습관이란다.

최소의 공간으로 최대의 효율과 쾌적함을 누릴 수 있는 게 집이라는 공간이였다.

안락함과 편안함을 추구해야 하는데

쓰잘머리 없는 불필요한 물건들로 집을 좁게 만든다는 영상이었다.


"가시나 웃기고 있네

자기 방이나 잘 치우라고 해

얹혀사는 주제에 뭔 잔소리를 해"


기죽기 싫어서 딸에게 어설픈 푸념을 늘어놓고 우리의 팽팽한 신경전이 한 단락 마무리된다.


다이소 엘베에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청소부 아줌마처럼 꾀죄죄해 보였다.

머리도 못 감은 부스스한 머리, 누렇게 떠버린 얼굴, 포장할 요량으로 허름한 옷차림,

마음은 또 왜?

 그리 쫓기는지?

잠시 내 모습과 대면한 소감은

왜? 

그렇게 사니? 였다.


거울에 비친 자화상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것도 잠시~다이소에 없는 것 빼고 수많은 잡동사니를 보고 행복에 젖어서 원하는 걸 마구 담았다.

바구니 가득 그것도 모자라서 또 바구니를 들 와서~부담 없는 가격이라 비교할 틈 없이 그냥 담았다.

 여유 있게 구경할 시간이 없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니 많은 시간 투자된 시간에 온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지금은 뚜렷하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먼 훗날 복리로 내게 밝은 빛을 선물할 거라 믿는다.

비록 꾸미지 않는 펑퍼짐 한 아줌마 일지라도 내적 성숙이 깊어진 지금 이대로의 내가 참 좋다.


비록 외모는 초라할지라도

내 안의 깊은 맛은 나이가 갈수록 성숙해진 법이야.

지금의 내가 참 좋다.

나다움을 간직하고 눈치 보지 않은 나!



<사소한 행복>

내 멋에 사면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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