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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Dec 23. 2023

남형도 기자님의 미끼 투척

아들에게서 인생을 배우다.

마지막 기사는 독자들께 사연을 받아서 담아보려 합니다.

이 말 한 마디에 엇그제 아들이 나에게 선물해 준 책 한 권의 사연이 생각나서

  슬그머니 빠른 실행력을 보였다.


따스한 마음으로 힘든 이웃을 취재하고 독특한 눈으로 세바시 카페에 가슴떨리는 글을 올려주신다.

-남형도 기자님의 독자 참여 기회-


생일에 별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나이가 되었다. 

어느새 마흔 후반전,  어릴 때야 그 비싼 케이크 한번 얻어먹고, 평범한 존재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생일날을 손 꼬바 기다리곤 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세상 물정 알 나이, 삶이란 굴곡에서 찌들다 보니 그냥

"생일이 뭐 대수야"로 넘기던 날들이었다.



어느새 열심히 삶과 숨바꼭질 하다 보니 나에게도 여유가 찾아왔다. 그 여유 앞에 무참히 무너졌다.


  즐길 줄 몰랐던 나였기에 갑자기 주어진 자유가 "무료함"으로 다가와서 아무것도 안 하는

 편안함이 불안한 생각들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엉켜버렸다.


내게 자유를 선물한 대신, 내 아들은 학교에서 거친 아이들 틈에 모친 풍파를 거치며 만만한 아이의 표절이 되어 있었다.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힘듦을 겪기에 집에서의 여유가 걱정과 불안으로 끌어당겼다.


아이의 자존감이 무너졌고 아주 친한 사이라 전염력이 강한 낮은 자존감은 부모로부터 나왔다.


부모의 환경과 태도, 감정이 아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그때부터 나 자신과 싸움이 시작되었다.  말로 하는 교육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하는 부모가 되고 싶었다. 그로 인해 무지를 벗어나기 위해 곁에 책과 글쓰기와 달리기로 비참하게 무너진 자존감 올리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얼마 전 우여곡절이 많은 아들과 여유롭게 호수 산책을 했다.


 "얼마 있음 엄마 생일이야. 엄마가 좋아하는 책 선물 줄게" 


 산책로 근처에 있는 서점으로 데리고 가더니 나더라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고르라고 부추겠다.


"네가 골라주는 책이면 어떤 종류든 다 재미있고 의미 있을 것 같아."


심각한 표정으로 진열대에 나열된 책들을 예리하게 보더니 한 권의 책을 내밀었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운다."란 책이 내 손에 놓였다.


 심리책이나 자기 계발서 그리고 육아 책은 많이 있으나 자연 벗 삼은 에세이 집이 없어서 글 쓰는 거에 집중하는 엄마에게 잘 어울릴 거란 세심한 말도 전했다.


감동이고 의미 있는 선물에 감사했다.


"뿌리의 힘을 제대로 키운 나무가 모진 시련을 딛고 거목으로 자라나듯, 스스로 단련하다 보면 언젠가 또 다른 희망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믿게 된 것이다."


아들이 선물해 준 책 속 구절들이 나를 향해 가리키는 자식 지침서였다.

험난한 세상에 첫 발을 내 딛는 아들은 남들과 다르게 자꾸 역경에 쓰러지고 며칠은

 가슴아리하느라 술래잡기하는 인생이었다.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애간장이 타 들어가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아들에게 삶의 지혜를 알려줘야 할지? 

방황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아들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아니 아들과 함께 인생을 배우고 있다.


고통은 삶의 한가닥 희망의 동아줄이었다.


나중에 더 좋은 시너지와 자양분이 될 거라 믿어본다.


고통을 마주하는 자가 삶의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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