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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Jan 02. 2024

아들과 거리두기!!

아들과 싸웠다. 집에 가기 싫었다. 혼자 있고 싶었다.


집에 가기 싫다.

그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좋다.

해야 할 임무 마치고 나를 이끈 이 공간이 지금은 참 편안하고 좋다.


가끔은 의도하지 않은 기분 나쁜 상황이 좋은 결과를 안겨 줄 때도 있다.

정확하게 지금 벌어진 사건만 바라보자.

사건에 대한 확대 해석이 잘못된 편견, 사고의 오류를 범하지 말자.


좋아하던 커피숍. 

참 오랜만에 발걸음을 옮겼다.

오산천이 환히 보인 공간이라 몇 년 전 자전거 라이딩에 흠뻑 빠질 때 이른 아침 

여유로운 이 공간에서 놀다가 곤 했다.

요즘에는 그 시간이 아까워서 오랜만에 찾아왔다.  


한 해가 바꿔서 그런지?

그동안 새로운 환경으로 멋들어지게 바꿨다.

아기자기 한 화분들이 늘어나 있었고 못 보던 거북이 다섯 마리가 좁은 공간에서 아웅다웅했다.

안쓰러워 보였다.

쟁반보다 더 작은 집에서 얼마나 부대끼며 삶을 영유하고 있을까?


" 거북이 언제 데리고 왔나요?"


친근감을 표현하는 질문에 어이없다는 표정이 괜스레 민망함이 밀려왔다.


" 한참 되었는데..."


낯간지러운 말에 몇 마리냐고 되묻는 나였다.


일상처럼 매일 마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눈에는 오랜만에 사연이 많은 커피숍을 찾은 나를 알 리가 없다. 

추억 한 장면처럼 감미롭게 스쳐가는 나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아도 좋다.  


그냥 나는 나였다.


입구로 향하는데 자주 마주쳤던 자상하신 사장님이 다른 테이블 어린 여자 손님과 

싱글벙글 대화 중이었다. 

 너무 반가웠지만 먼저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 

주문 코너에서 한참을 서성거려도 사장님의 거동이 보이지 않자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남겼다.


"여기 주문 안 받나요?"


또 민망했다.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옛 띈 아르바이트생이 고개를 쑥 내밀었다. 

사장님이 태평하게 놀았던 건 알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분이 나빴다. 

인사라도 해주던지? 

손님이 왔는데 신나게 떠들고 본체만체 한 행동이 기분 상했다.

아니, 오랜 전 처음 이 카페에 방문했을 때 무뚝뚝한 사장님의

 어떤 끌림에 정감이 갔다.

참 오래된 셀렌과 마주하는 추억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질투였다.

함께했던 공간들이 희미해진 감정들을 들고 왔다.


변했다.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으로 변한 이 공간!

2년 전 보다 남들이 하는 말에 덜 흔들리며 소신껏 내 목소리를 표출하는 자신감!

친근했던 사장님의 표정이 멀어진 시간만큼 낯설었다.

카페의 변신만큼 나 또한 달라져 있었다.


시간과 노력의 힘이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괜찮으면 되는 거였다.



아들하고 싸웠다.

우리에게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적어도 나에겐 아물 수 있는 틈이 필요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


다툼은 흔적을 남겼다.

모질게 함부로 던진 말들 속에 우린 또 한 번 마음이 무너졌다. 

작은 상처였다.

나만 상처받았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분명 한 사람이라도 참았어야 했다.

걷잡을 수 없는 싸움으로 나는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이 공간에서 나 자신과 대화 중이었다.


중요한 것은 싸움에 대처하는 내 행동이 예전보다 현명하고 지혜롭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성과고 발전이었다.




며칠 전 아들과의 대화가 귓속을 맴돌았다.



"아들아~


엄마에게 너는...


삶의 비타민이란다."

라고 속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다시 아들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아들에게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엄마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


생각할 틈도 없이 아들의 입에서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줬다.


아까 아들과 심각하게 싸우고 주어진 일터로 향하는 운전대 안에서 한없이 눈물이 흘렸다.


"믿어주는 한 사람" 


아까의 상황과 함께 이 단어가 나를 슬프게 했다. 

또 하나는 어제 가족 모두 맛있는 점심으로 아귀찜을 먹었다.

 거의 바닥을 보일  밥그릇의 끈적임 속에 잽싸게 아들이 흰 속살에 버물어진 아귀 살점을 

내 앞접시에 올려놓았다.


 참 감동이었고 울컥했다.


싸우고 마음이 요동치는 순간에 이 두 행동들이 떠올랐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주룩주룩 눈물을 퍼부었다.  


먼 발취에서 상황을 돌이켜봤다.



사무실에서 일에 집중하는데 아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과 전화였다. 

참 감사했다.


아들의 핸드폰을 생명을 다했다.

묻고 싶지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잊지 말자

내 안의 기적의 힘이 있다는 것을.

내 삶의 주인공은 나였다.

내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하. 지. 만. 강한 자극 앞에서는 너무 쉽게 무너졌다.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인생은 공짜가 없다.



아들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할까?


자전거 라이딩 하며 즐겨 가는 커피숍에서

요동치는 마음을 붙잡다.








어느새 거북이 다섯 마리와 가족이 되어 있었다.

좁은 공간이 답답해 보였다.





전망 좋은 야외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른 아침 8시쯤 자전거 라이딩을 하고 가게 문이 오픈 되지 않아서

시원한 바람과 자연 속에 인생을 설계했다.

지금은 달리기와 친구 먹었지만

예전에는 일어나자마자 자전거 라이딩을 즐겼다.




타자 분리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거리 두기가 필요했다.

몇 시간 넘게 혼자 생각 정리하고 쭉 늘어난 피자 빵과 

커피의 달콤함에 기분을 달랬다.

혼자 있는 시간은 바닥난 에너지를 충전시켰다.

나를 잘 데리고 살 줄 알아서 좋다.


고난!

올 테면 오라고 해

내가 다 상대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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