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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Jan 01. 2024

새해 첫날 꿈틀거리는 희망을 품다

해돋이는 못 받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희망을 꺼내왔다.


늦은 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해돋이를 보로 갈까?

 란 말로 아들과 긴 대화를 나눴다.

작년에 우여곡절 끝에 독산성에서 어둠을 뚫고 빼꼼히 떠오르는 환상적인 해돋이를

경험하고 간절히 원하는 소원까지 빌던 추억이 떠올랐다.


단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독산성으로 해돋이 보로 갈까?"


중요한 건 몰려든 인파에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애를 먹던 상황이었다.


"멀리까지 가지 말고 호수에서 구경해"


영혼 없이 던진 신랑의 한마디의 말에 우린 화합의 장을 끝내고 내일의 새벽 약속을 기약했다.





어인 일인가?

새벽 6시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7시 30분 해돋이 시간에 맞추려면 6시 50분쯤 5킬로 달리기를 완주한 다음 아들 불러내서

 뜨겁게 솟아나는 붉은 태양과 마주할 계획이었다.


옷은 가볍게 걸치고 새해 첫날 비장한 각오로 첫 발을 내 디뎠다.

 가파른 호흡과 약간의 추위가 달리는 내 몸에 스쳤지만 딱 견디기 좋은 고통이었다.


고통 없인 얻는 게 없다.


적당한 힘듦이 삶을 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기 때문에 피하지 않고 즐겼다.





어제는 군데군데 물웅덩이에 철퍼덕 물이 튀었지만 내려간 온도 때문에 딱딱하게 얼어

 빙판길을 달리는 발걸음에 긴장감과 조심하게 만들었다.

첫날이라 자신과의 계획 속에 달리로 나온 사람과 마주했을 때 다정다감한 눈 맞춤으로 살며시

 스쳤지만 외롭지  않게 벗이 되어 주었다.


혼자 달렸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사실 말이다.


힘들지 않게 5킬로 달리기를 완주하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아들이 전화벨 소리가 들릴 이유가 없었다.

두 번의 부재중을 남기고 미련 없이 포기했다.


해 뜨는 시간이 7시  30분이라 했는데 한 없이 잔잔한 호수 공원만 쳐다보면

시린 손으로 밝은 태양이 없는 여유로운 호수만  찍어 됐다.


포기하지 않고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방황의 10분은 몸을 움직이지 않아서 피부로 시린 추워가 몰려왔다.


"지랄도 풍년이네..


 사서 고생하는 내 모습이 짠해 보였다.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 걸까?"





8시 가까이 다가오자 그제야 포기하고 빠른 발걸음으로 늘 지나치던 길에

눈도장 찍어 놓은 커피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닐 때는 미련 없이 가는 거야?




혼자 청승을 떨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일찍 출근한 남편 덕에 혼자 자유와 낭만과 고독을 낚는 중이었다.


혼자 즐기는 시간이 행복했다.


아담하게 꾸며진 무인 커피숍은 추위로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줬고

새해 첫날 엉켜있던 생각들을 정리하기에 충분했다.



멋 모른 20대 즐겨 듣던 노래가 내 귓가에 잔하게  울려댔다.


 "라랄라~랄랄라

너의 기억이 날 찾아와. 눈시울이 붉어져~"


잊혔던 노래 가사가 내 귓가를 자극했다.

빠른 멜로디와 은은하게 들리는 감미로운 가사

제목도 생각나지 않았지만 분명 희미한 기억 속에 여러 번 듣던 노래였다.



"커피 한 잔의 1,500원의 행복"


달콤한 향기에 취하고, 감미로운 노래에 취하고

시린 몸을 따뜻하게 녹여줘서 훈훈함에 취하고

혼자만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여유에 취하고.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중이었다.


"당신의 하루가 충분히 아름답길.."

간단한 멘트 하나에 이렇게 마음까지 따뜻해질 수 있을까?


고요한 침묵 속에 식어있는 커피는 떠날 준비를 예감했다.

새해 첫날 뜻깊은 시간 남기고 간다.



9시 다 되어가는 시간

혼자 즐기던 공간이 하나둘씩 향긋한 커피와 가성비 최고의 이 공간을 찾아들었다.

침묵이 아니라 사람 사는 냄새가 레이더망에 들어왔다.


떠날 시간이었다.

배꼼 시간 가 밥 달라  아우성이었다.



편히 쉬었다 간다. 고맙다.



낭만과 편안함이 머무는 동탄호수공원은 내 마음의 쉼터였다.

늘 그 자리에서 나를 위로하고 웃어주는 마음의 여유를 주는 곳!



붉게 떠오르는 해 돋이는 볼 수 없었지만 혼자만의 낭만에 취하다 간다.

그 시간 북클로 카톡 방에 송정 해수욕장에서 해돋이를 보고 있는 부지런한 벗님이 올려준

일출 사진으로 새해 희망과 꿈을 빌어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첫날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 날 한 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보폭대로 포기하지 말고 걸어가요.


곱은 손으로 손바닥만 한 화면 붙잡고 침침한 눈으로 사라질 순간들을 마음 편히 올려본다.


정리되지 않은 사진이지만 내가 원하는 건 순간의 기록과 흔적이었다.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


뜻하는 바 소원 성취하는 한 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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