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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Jan 03. 2024

고통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적당히 힘듦을 견뎔을때 오는 짜릿한 쾌감 그게 달리기의 묘미였다.


촉촉이 흐르는 땀 방울이 이마와 등 사이에서 아침 인사를 한다.

저린 발가락 끝 사이로 시린 추위에 얼었던 감각을 깨어나게 만들었다. 

힘든 방황의 끝자락이 달콤함의 커피 한 잔이면 마음을 훈훈하게 다독이기 충분했다.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상가들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글귀로 빼곡했다. 

밤새워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 싣고 화려한 맛집을 방문하며 울적한 기분을 달랬을 것이다. 

조용하게 닫힌 문 사이로 새어 나온 불빛이 매력적이다.



 맨 위쪽에 내 목적지 무인 커피숍이 있다.



"당신의 하루가 충분히 아름답길..."


힘들고 추웠던 몸이 깨어났다.

따스하고 향긋한 커피 한 모금이 혀끝에 닿는 촉감으로 마음속 황홀함을 불러왔다.


나를 위 오픈 한 무인 커피숍 갖다.

달리고 나서 흩어진 생각을 정리하려고 아득하게 꾸며놓은 이 공간이 한없이 휴식을 부른다.

여유로운 호수 공원 풍경이 한없이 보이고 딱 좋아하는 감미로운 멜로디가 적당히 즐겁게 만든다.  


 혼자 있어도 전혀 외롭지 않은 곳!




어둠을 뚫고 집 밖을 나오는 데 성공했다.

나오면 무의식이 자동으로 한 발짝 내 달린다.

늘 상하던 행위지만 여전히 버겁고 힘들다.


"포기란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5킬로는 달린다."


잠재의식이 세팅되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스칠 때 정신이 번쩍 들어서 기분이 너무 상쾌하고 짜릿하다.

움츠렸던 몸도 혼란스러운 정신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짜릿한 번개가 스치듯 의식이 살아난다. 

처음 달리 때와 마지막 완주했을 때의 기분이 달리기의 묘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리면서 떠도는 생각들을 잠시 잠깐 흘려보낸다. 

수없이 고민했을..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를 붙잡고 

바짝 마른 입안의 침샘도, 거칠게 내뿜는 호흡도 그 자체가 좋다.


나름 다 이유가 있겠지?

그 고통이 주는 의미는 또 다른 지혜를 놓고 간다.  

살아있다는 건 고통과 함께 간다는 뜻이다.



호수 공원이 얼어 있어서 오리 가족이 넓은 공간에서 쫓겨난 듯하다.

가장자리 풀숲으로 덮인 공간에서 아웅다웅 휴식을 취한다.

오리도 봄을 기다리는 걸까?

향긋하고 싱그러운 봄은 한 발짝 내 앞에 와 있다.

 나는 봄을 기다린다. 


활짝 웃으며 "잘 지냈냐"라고 잊지 않고 안부 인사를 건네겠지?



새로운 하루!

어김없이 호수 공원의 아침은 셀레고 희망차다.



귀가 시간이 늦은 남편을 기다리며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 

세상 일거리 혼자 거머쥔 모양 새다.

새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바쁜 신랑이다.

고마울 때가 많다. 

파김치가 되어 온몸에 찌든 기름 냄새가 내 코끝을 자극한다. 

삶의 현장에서 얼마나 피 터지게 싸웠을지?

가끔씩 투덜거림 속에서 힘듦의 깊이가 느껴진다.


아이들 키우고 처음으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를 원하는 곳이 없었다.

아니 내가 원하는 곳이 없었다.

참 많은 시간,  서비스와 고객을 상대로 우여곡절 많은 사연이 내 감정을 젖게 만들었다.


"딱 한 사람 남편만 챙기면 된다"


집에서 살림만 하던 50대 고객이 늦게 귀가한 남편을 정성껏 대접하면 평일

 시간에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그때는 그 말 뜻을 전부 다 이해하지 못했고 부러웠다.


아등바등 시간에 쫓기고 고객들 눈에 들기 위해 슬퍼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순간

내 서비스로 모니터링해서 점수로 평가를 메기는 것도 불만이었다.


 제일 힘들고 정신없었던 30대 초반!

 돈벌이에 집중하던 그 시절, 남편의 쫓기던 삶에 내 삶에 투영되었다.

내 반쪽이에게 무지 고마웠다.


지금이 참 감사하다.

아련한 추억이란 묻혀 놓은 감정까지 꺼내왔다.

오늘 이 순간의 흔적과 기록이 몇 년 후 달콤한 추억으로 소환한 날이 있겠지.

산다는 건 참 좋은 거였다.


그런 거였다.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고통과 힘듦 속에 고마움과 살아야 할 삶의 내공들을 던져주는 법이었다.


고통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당신은 그런 삶을 원하는가?


오늘도 잘 끄적였다.

이제 오로지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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