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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Jan 04. 2024

내 몸에 뭔 짓을 한 거야!

몸은 정확하게 반응하는 똑똑한 녀석이었다.


내 몸에 무슨 짖을 한 걸까?

오래된 기계가 작동을 한 것처럼 여기저기 삐거덕거렸다.

지난 과거를 들먹거릴 이유가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서글펐다.

습관이란 게 그런 거였다.


균형 잡힌 몸매, 균형 잡힌 삶, 균형 잡힌 사고를 하고 사는 건 무진장 어려운 일이었다.

몸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벌써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동탄 호수 공원 근처로 이사한 후 헬스장과 담쌓고 살았다.

아니 정기적인 후원으로 관리비만 상납하고 말았다.



헬스장에서 30분 달리고 나서 기분이 업돼서 찍어 놓았던 사진


아마 2년 전 사진인 것 같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30분 뛰고 그 이후에 근력운동으로 라인 잡인 몸매를 만들었다.

지금의 내가 아니라 아주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과거 말이다.

과거는 논하지 말라.


바로 앞에 자연 벗 삼는 경치 좋은 호수 공원이 있어서 꾸준히 산책도 하고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처진 뱃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 부족으로 축 축 늘어진 살이 보기 거북했다.


새해 목표 중의 하나가 30분 근력 운동을 주 3회 이상 하는 거였다.

어차피 관리비에서 만원 회비를 납입하고 있는 상황이라 실행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작년부터 늘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 헬스장 가는 거였다.

마음만 먹고 행동하지 않아서 불필요한 에너지만 낭비하고 있다.


잊고 지냈다.

잊혔다.

뭐든지 조금씩 몸을 갈고닦으면 분명 몸의 변화가 결과를 말해준다는 사실이다.

매일 조금씩 근력운동을 하면 어느새 몸이 변한다.

확실히 예전에 체감했던 상황이어서 그때는 헬스장에 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보였다.


헬스장에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다.

실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여성 한 분과

40대 부부가 열심히 잡다한 운동 기구로 서로에게 자랑하듯이 자세도 교정해 주면서

피드백받으며 운동하고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오랜만에 만져본 낯선 운동기구에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가장 하기 편한 운동기구부터 3세트씩 거친 숨소리 뿜어가며 있는 힘을 쏟아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랜 쉼으로 몸이 삐거덕거렸다.

뒤로 누어서 들어 올리는 운동기구는 사용법조차 기억에 가물 거려 주위의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눈치를 보다가 포기했다.

뒷발에 힘을 주고 끌어올리려다가 너무 힘을 과하게 주워서 '삐딱' 

잘못된 자세로 몸이 뒤틀렸다.


갑자기 겁이 나기 시작했고 짜증이 밀려왔다.

윗몸일으키기를 50개씩 했던 과거의 기억에 오늘 난 딱 20개를 하고 뱃살이 당기고 힘에 부쳐서 포기했다.


새해 첫 근력운동으로 헬스장을 찾을 때 내 마음은 헬스장에 발걸음 옮기는 건만으로도 축하해 주자.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몸을 움직였는데 생각보다 따라주지 않은 몸 상태에 약간의 우울감이 찾아왔다.

집중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몇 가지 기구 운동을 하고 딱 30분도 못 채우고 자리를 떴다.


몸은 거짓말을 못하는 참 정직한 녀석였다.


도대체 살면서 챙겨야 할 것들이 왜? 이케 많은 건지?

건강도 챙겨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글쓰기도 해야 하고

명상도 해야 하고, 일상 기록도 해야 했다.


내 몸에 좋은 습관들을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하는 것처럼 쉽게 집어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인생을 알면 알수록 데리고 살기 힘들었다.

작년처럼 부디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내 눈에 제일 보기 싫은 게 볼록 튀어나온 뱃살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는 개수만큼 뱃살도 늘어만 갔다.

아니 뱃살뿐 아니라 이곳저곳 늘어난 주름도 보기 싫었다.


언제부터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싫었다.

예쁜 풍경 속에 눌려 되는 사진 속 내 얼굴을 대할 때면 세월의 갖은 풍파로

늙어가는 내 모습이 삶의 무게를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딸아이의 말이 나를 웃게 했다.


"주름은 아름다운 거야


삶을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니까


나이 먹은 걸 부끄러워하지 마!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게 아름다운 거야..


억지로 꾸미지 않은 얼굴에서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이는 거야."


얼마 살지도 않은 딸아이의 메아리는 엄마를 위로하기 위한 속임수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 그 사람의 태도를 말해준다.

아직까지 주름이나 축 처진 살들을 보며 멋지게 익어가고 있다는

긍정적 사고가 들지 않았다.


단지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경험과 지식으로 멋들어지게 성숙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 것들을 실천으로 옮기는 건 참 어려웠다.


좋은 습관은 그 사람의 인격이었다.

인격은 그 사람의 생활양식이었다.

생활양식은 그 사람의 인생이었다.


반평생을 막살았다면 남은 반 인생은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살자.

노력은 아름다운 거였다.

인생은 지름길이 없다.


외로움이란 스스로를 


챙기지 못하는 나를 향해


내 마음이 외치는 목소리입니다.


이제 그만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봐 달라는 내 마음의 하소연입니다.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이 문구와 마주했다.

지금 나에게 열변을 토하는 소리였다.

이젠 더 늦기 전에 외모도 가꿔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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