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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빛나는 밤에 Jun 27. 2024

대졸 중퇴, 고졸이 뭐 어때서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 40

고졸 뭐 어때?

누가 뭐라 했냐?

그냥 스스로 자격지심과 죄괴감때문에 힘든 거지

아무도 니 학력에 태클을 걸지 않았다.


사람은 자신의 감옥 안에서 모든 것들을 판단하고 결론 내린다.


헛된 시간은 결코 없다.

남들이 열심히 의자에 앉아서 전공수업할 때 나는 열심히 산업전선에 돈 벌었다.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아니 공부하고 싶어서 야간 대학에 들어갔다.

너무 욕심을 부려 감당도 못하는 "전자계산학과"에 들어갔다.

낮에는 성실히 일하고 밤에는 이해도 안 되는 숫자와 프로그램 붙잡고 이방인처럼 시간만 때웠다.

나이도 많아서 또래 집단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삶을 병행했다.

어느 순간 돈이 아까웠다.

힘들게 돈 버는데 들어오지도 않은 용어 붙들고 끙끙 힘들었고, 나이도 많고 넋살도 없는 성격 탓에

학교생활도 즐겁지 않았다.

그렇다고 체력이라도 따라주면 다행이었다.


뭣하나 섞이지 못하고 두둥실 홀로 떠다녔다.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나에게 아련한 사랑이 찾아왔다.

사랑 아니고 돌파구니였다.

힘든 현실에서 꺼내줄 굵은 동아줄이 필요했다.

그게 어떤 대상이든 기대고 싶었다.

4대 4로 미팅을 했다.

나를 비롯한 여자는 삼성 다니는 4명의 여자와 절친 언니의 소개로 소속감이 다른 4명의 

남자와 소개팅을 했다.

어쩌면 구세주라 생각하고 나와 전혀 다른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로 마음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나에게 새로운 설렘과 낯선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바빴다.

일하랴, 사랑하랴, 학교 가랴.


공부에는 관심이 없던 터라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 앞에서 학교에 자퇴신청서를 냈다.

이해가지 않은 공부를 해야 할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회사도 그만두었다.


일하기 싫어서 

하루 종일 사람과의 관계와 반복된 기계적인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 돌파구가 결혼이었다.


일도 그만두고

공부도 그만두고  영원한 사랑을 쫒아 한 남자를 택했다.

그리고 미팅에서 만난 한 남자랑 새롭게 작은 사회라는 '가정"을 꾸렸다.


거칠게 불어닥칠 폭풍우를 생각하지 않았고 행복한 결혼생활만 꿈꿨다.

현실은 이상과 동떨어진 삶을 낚았다.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수없이 싸웠다.

돈이 없어서 싸웠고

너무 다른 사람이라 싸웠고

내 삶이 없어서 이해받기를 바라서 싸웠다.


지금의 순간은 수없이 부딪쳐온 난관과 역경 속에 늘어난 주름살과 숨어버린 자신감이 나를 무너뜨렸다.

세월이 흘러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때서야 내가 누군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내가 바꿨다.

그동안 못한 것들하고 살려니 몇 배의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남들은 능력 있어 보이고 똑똑해 보이는데 모르는 게 많은 나는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너무 힘들고 벅차다.

그래서 남들보다 두배로 노력하고 산다.


왜냐면

남들과 비슷해지려면 더 노력하는 것 말고는 없다.


환경설정에서  밖으로 몸을 돌리다.

그 주위에서 대학 나온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렇다고 귀 죽지 말고 살자.


나에겐 시간이 있다.

나를 일으켜 세울 시간과 열정과 용기가 있다.

그거면 된다.

고졸이 뭐라고?

지금부터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살면 되지!

백세 시대에 불혹은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야...


P.S :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이력서란에 최종학력 쓰는 칸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초 대졸 중퇴" 아니 "고졸"

이란 단어와 마주하자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마주했다.

슬프고 울컥했다.

누가 뭐래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초라한 자아가 덮쳤다.


딸아이가 하는 말

"고졸이 어때서...

엄마는 우리를 잘 키웠잖아!"


소중한 두 아이와 사랑하는 남편이 곁에 있었다.

참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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